"니들이 게 맛을 알아"…신구, 대선배의 존재감

입력
2023.07.10 14:46
배우 신구, 데뷔 61년에도 꾸준한 행보
뭉클함 남긴 연기 열정
연습 게을리 하지 않는 노력가

올해 88세인 배우 신구가 많은 후배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심장 박동기 수술을 받고도 무대에 서는 이의 모습은 관객들 뿐만 아니라 업계의 존경 어린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1962년 연극 '소'로 데뷔한 신구는 대중에게 너무나 익숙한 배우다. 원로 배우들의 활약은 사실 이제 낯선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 안방극장과 스크린이 젊은 배우들로 꽉 찼다면 OTT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하면서 더 다양한 나이대를 다루는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좋은 예시도 있다.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로 뜨거운 영예를 안았다.

신구 역시 작품 활동을 이어간다는 것만으로 추앙받는 대배우 중 하나다. 최근에는 '방탄노년단'이라는 특별한 수식어까지 받았다. 그가 후배들에게 존경을 받는 이유는 또 있다. 이미지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부 고령의 배우들이 누군가의 아버지, 또는 할아버지 역할에 남아있다면 신구는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과거 한 광고에서 "니들이 게맛을 알아?"라는 장면은 아직까지 회자되는 유행어이기도 하다. 또 예능 '꽃보다 할배'를 통해 좋은 어른이 무엇인지 몸소 실천하는 면모를 보였다.

2019년 개봉한 영화 '천문'과 2022년 방송된 드라마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 이후 연극 활동에 매진 중이다. '앙리할아버지와 나' '라스트 세션' '두 교황'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 '장수상회'까지 수년째 쉼 없이 달리고 있다.

오는 8일에는 연극 '라스트 세션'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신구에게 '라스트 세션'은 유독 애틋한 의미를 갖고 있다. "생애 가장 의미 있는 작품"으로 언급, 건강 악화 속에서도 계속 무대에 오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지난해 9월 연극 '두 교황' 인터뷰 당시 신구는 청력이 좋지 않음에도 인터뷰에 임했고 작품에 대한 열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데뷔 60주년이지만 끝없이 정진하고 주어진 길을 걷는 노익장의 표본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신구는 수차례의 연습도 게을리하지 않을 정도로 작품에 진심이란다.

그를 괴롭힌 병마는 급성 신부전이다. 심장의 기능이 쇠약해져서 혈액의 공급이 불안정한 병으로 알려졌다. 신구는 심장에 박동기를 삽입하는 시술을 받아야 했고 이로 인해 지난해 공연에서 잠정 하차했다.

신구는 지난 5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그간의 삶을 돌아봤다. 그는 "아직도 숨 쉬고 걸어다닐 수 있어서 감사하다"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을때까지 하자 싶다"고 말하면서 연기에 대한 갈망을 드러냈다.급성심부전증으로 인해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지만 관객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다고 무대에 오른 이야기는 익히 유명하다.

신구는 언제나 마지막 작품을 염두에 두고 연기에 임하는 배우다. 삶과 죽음의 기로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으나 스스로 늘 생애 마지막 작품이라고 여기며 작품에 서는 것은 쉽지 않다. 신구는 이제 열정 앞에서 나이는 무관하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는 존재가 됐다. 쌓인 경력과 작품 갯수만 보더라도 이미 업계의 산 역사 자체다.

우다빈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