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와 오스트리아의 중립국 지위를 두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독일이 주도하는 유럽 방공시스템 '스카이실드(Sky Shield)'에 곧 합류하기 때문이다. 스카이실드는 서방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유럽 축을 강화할 목적으로 만든 협력체다. "군사·외교적으로 비동맹인 중립국을 유지하고 있다"는 양국의 주장이 무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정부는 "자국 안보 강화를 위한 노력이므로 중립국 지위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독일 쥐트도이체자이퉁, 스위스 SFR 등 유럽 매체들에 따르면, 비올라 암헤르트 스위스 국방부 장관과 클라우디아 타너 오스트리아 국방부 장관은 7일(현지시간) 스위스 수도 베른에서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 장관과 만나 스카이실드 참여를 공식화한다.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스카이실드 합류를 확정할 것으로 보인다.
스카이실드는 지난해 10월 처음 구성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방공시스템을 증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독일이 제안했다. 참여국은 각종 발사체, 항공기 등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 및 장비 등을 함께 조달하고 사용한다. 이미 참여를 확정한 17개국은 대부분 나토 가입국이다. 독일은 물론, 나토도 "스카이실드가 나토 방위력 강화에 기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스위스와 오스트리아가 현재 나토 가입국이 아닌 것은 물론, 중립국 지위를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점이다. '다른 국가의 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들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 달라"는 서방 국가들의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다수의 평화 협상 등에 관여해 온 스위스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대화를 중재하겠다는 뜻만 밝히고 있다.
스카이실드 참여는 이 같은 상황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나토의 유럽 축 강화'를 분명한 목표로 제시하는 군사협력체에 가입하는 것이다. '이율배반적 결정'이란 비판이 나올 만한 대목이다. 쥐트도이체자이퉁은 두 나라가 손해 없이 이익을 얻으려 한다면서 "주변국 이해를 바라는 게 온당한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는 '스카이실드 참여=중립국 지위 포기'라는 해석에 선을 그었다. '지금도 나토와 군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게 주요 근거 중 하나다. 나토는 비회원국과 '평화를 위한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통해 군사협력을 전개한다. 다만 대내외적 논란을 감안해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는 독일이 '중립국 유지'라는 내용을 문서로 확인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고 쥐트도이체자이퉁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