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군이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손잡고 추진한 '예산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로 예산시장은 활성화됐지만 이곳을 찾던 제비들의 둥지는 사라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야생동물 전문가들은 갑자기 쫓겨나야 하는 제비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5일 예산군에 따르면 군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예산읍 형제고개로 예산시장 내 100여 개 점포 중 32개 점포의 리모델링에 들어갔다. 문제는 제비 둥지에 대한 별다른 대책 없이 리모델링에 들어가면서 이곳을 터전으로 삼던 제비의 둥지가 상당수 사라졌다는 점이다.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예산시장 내 제비 집을 조사해 온 공주대 김지은씨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지난해 기준 총 31개 점포 가운데 8개 점포가 이전∙철거∙리모델링되면서 75개 제비 둥지 가운데 20개가 사라졌다고 전했다. 또 '제비 아파트'라고 불릴 정도로 제비 둥지의 밀집도가 높았던 예산시장 바깥쪽 4개 점포 가운데 3개가 철거되면서 54개 둥지 가운데 9개만 남았다.
제비는 귀소본능이 강해 매년 9월 우리나라를 떠나 이듬해 3월쯤 같은 번식지로 돌아와 봄 도래의 지표로 삼았지만 지구온난화로 계절 변화에 둔감해지며 5~6월이 돼야 우리나라를 찾는다. 이에 더해 도시 내 서식지가 없어지면서 2007년 이후 서울에서는 제비가 관측되지 않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이 2020년 발표한 야생동물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20년 새 전국에서 관측된 제비 수는 1㎢당 37마리에서 31.4마리로 15%가량 줄었다.
김봉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는 "리모델링 계획 시 군에서 제비 둥지에 대해 고민하고 방안을 제시했어야 한다"며 "제비들은 늦으면 8월까지 둥지를 짓고, 번식을 하는데 이 시기를 피해서 리모델링을 했으면 어땠을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김 재활관리사는 "리모델링이 불가피했다면 최소한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신고해 둥지를 옮길 수 있는 기회라도 줬어야 한다"며 "그나마 제비둥지를 연구하는 학생과 상인들의 신고로 지금까지 4건을 구조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 중순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는 점포 외부 공사로 이미 성체의 모습을 갖춘 어린 제비들이 있는 둥지가 철거 위기에 놓였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인공둥지를 달아 제비 가족을 이동시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예산군 기획실 혁신관리팀 관계자는 "리모델링 때부터 제비 둥지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공사를 하는 지역이 둥지가 많은 지역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제비 둥지 감소에 영향이 있다는 의견을 감안해 방안 마련을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예산군에 따르면 지난 4월 예산시장을 재개장한 후 2개월 만에 48만여 명이 방문하면서 6월 말 기준 누적 방문객이 68만 명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