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애플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세계 최초로 시가총액 3조 달러를 돌파한 애플을 두고 일부에서 나온 평가다. 불과 2년 10개월 전 세계 처음으로 시총 2조 달러 벽을 뚫는 등 굵직한 기록을 남겨 온 애플이 새로운 기록을 또 추가했다는 뜻이다.
수년째 '전 세계 시총 1위 기업' 타이틀을 지키고 있는 애플이지만 고비가 없었던 건 아니다. 창업주 스티브 잡스가 세상을 떠났을 때, 애플 매출의 절반을 책임지는 아이폰 판매량의 성장세가 둔화했을 때, 중국 아이폰 생산 공장이 폐쇄되며 아이폰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생긴 지난해에도 애플이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애플은 그러나 무너지지 않았다. 월가의 한 유명 애널리스트는 최근 애플의 시총이 2025년 최대 4조 달러까지 증가할 것이란 예측을 내놓으면서 이렇게 자책하기도 했다. "애플의 성장을 과소평가했다."
숱한 고비에도 흔들리긴커녕 계속 몸값을 높여 온 애플의 비결로는 '브랜드 충성도'가 첫손에 꼽힌다. 애플이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기꺼이 지갑을 열겠다는 소비자가 다른 브랜드에 비해 절대적으로 많다는 뜻이다. '소문만 무성한' 애플카가 지난해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기존 완성차 브랜드들을 밀어내고 구매 선호도 3위에 오른 것은 애플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은 기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애플이 높은 브랜드 충성도를 갖게 된 요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그간 보여준 혁신이 큰 역할을 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듯하다. 지금의 애플을 만든 8할이라 할 만한 아이폰이 대표적이다. 아이폰은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은 아니었지만 작동법을 따로 익히지 않아도 누구나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로 세상에 '아이폰 혁명'을 일으켰다.
성공에 안주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만약 애플에 '혁신 DNA'가 없었다면 한때 '콩나물 줄기'라 조롱받았던 에어팟이나 비전 프로(혼합현실 헤드셋) 같은 제품은 등장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남과는 다른 한 끗, '원 모어 싱'(One more thing·하나 더)을 내놓으려 노력했던 시간은 '애플이 하는 건 뭔가 다르다'는 인식을 소비자들에게 새겼다. 계속 혁신하는 기업만이 결국 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것, 애플의 시총 3조 돌파가 남긴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