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3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야당의 공세를 저지하는 데 총력전을 폈다. 4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평가보고서가 공개되면 어떤 식으로든 논란이 증폭될 수밖에 없는 만큼, 더불어민주당의 각종 주장을 '괴담'으로 규정해 맞섰다. 이 과정에서 대선에 불복하는 '반정부 투쟁'이라는 격한 표현도 등장했다. 동시에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입장을 재차 강조하며 반대여론을 다독이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데 주력했다.
국민의힘은 의원총회에 민경우 대안연대 대표를 초청해 강연을 들었다. 2008년 광우병 시위를 주도했다가 전향한 인물이다. 그는 "광우병 시위의 기저에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불복 심리가 깔려 있던 것처럼 야당의 오염수 관련 공세도 '반정부 투쟁' 성격이 짙다"고 주장했다. 여당이 이 시점에 왜 그를 불렀는지 단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공격을 단순히 괴담이나 가짜뉴스라고 낙인찍어 반박하기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특히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정교한 여론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일관계에 부정적 여론이 적지 않은 점도 부담이다.
이에 김기현 대표는 비공개 전략회의에서 'IAEA 최종 보고서 공개 이후 의원들이 일본 정부를 대변하는 것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당부했다고 한다. 야당의 '오염수 공세'에 적극 대응하다 자칫 일본을 옹호하는 것처럼 비칠 경우 크나큰 정치적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의총으로 결의를 다진 뒤 정부와 공조에 나섰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과 'IAEA 검증결과 보고 후속대책 간담회'를 가졌다. 당정은 이 자리에서 "오염수 방류 관련 안전성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박 차장은 "IAEA에서 종합보고서를 발표하면 외교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중심으로 주요 내용을 신속히 파악하고 검토한 후 일일 브리핑 때 국민들께 소상히 설명해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기간의 제한 없이 우리 국민들이 안심할 때까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은 금지될 것이라고 믿어도 좋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주장을 과학적 근거와 거리가 먼 '선동'이라고 몰아세웠다. 윤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IAEA의 전문성과 국제적 공신력을 폄훼하고 검증되지 않은 거짓 주장만 내세우며 정권 퇴진까지 운운하고 있다"며 "우리는 과학적 근거를 갖고 국민 안전을 챙기고, 철저하게 대비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당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성일종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를 찬성한 적이 없다"며 "문재인 정부 때부터 해왔던 조치를 그대로 승계하고, 더 촘촘하게 챙기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주당에 제안한다. 방류가 시작되면 7개월 후, 양당 입회하에 우리 바다 어디에서든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자"면서 "방사능이 기준치 이상 검출되지 않는다면 민주당은 반드시 당 차원 책임을 지고 국민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