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대통령실 비서관 출신 '실세 차관'들을 포함한 차관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며 "산하 단체와 공직자들의 업무능력 평가를 늘 정확히 해 달라"고 당부했다. 공직사회 개혁 임무를 부여하며 과감한 인사를 첫 과제로 제시한 것으로, 정부 부처 1급 공무원(고위공무원단 가급)부터 인사 태풍이 거셀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신임 차관 13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오찬을 함께 했다. 유튜브에서 막말로 논란을 빚은 김채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도 임명장을 받았다. 통상 차관급은 국무총리에게 임명장을 받는다. 이번엔 신임 차관들에게 힘을 실어준다는 의미에서 윤 대통령이 직접 임명장을 수여했다.
윤 대통령은 오찬에서 신임 차관들에게 "우리 정부는 반(反)카르텔 정부"라며 "이권 카르텔과 가차 없이 싸워달라"고 말했다. 자유민주주의와 헌법을 강조하는 정부의 국정철학을 따라오지 못하는 부처와 관료사회를 혁신하라는 뜻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 헌법 시스템에 충성해 달라"면서 "이는 말을 갈아타라고 한 것이 아니라 헌법 정신에 맞게 말을 제대로 타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 조직이든 기업 조직이든 제일 중요한 것이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라며 각 부처별로 '정확한 인사 평가'를 주문했다.
윤 대통령의 인사 혁신 주문은 고위직 물갈이의 신호탄이란 해석이 많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 추천 관례를 없애고 장·차관에게 인사 권한을 많이 줬는데, 지난 1년간 1급(차관보·실장급) 고위직 인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대통령실의 시각이다. 집권 2년 차를 맞아 공직사회 분위기를 일신하려면 국정철학을 함께할 '적재적소 인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특히 감사원이 감사를 진행했거나 진행 중인 사안을 주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통계 왜곡 의혹' 관련 인사들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통일부의 경우 '탈북민 강제 북송' 업무를 담당했던 사례 등을 부적절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윤 대통령은 교육부, 환경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정권에 따라 정책적 부침이 심각한 부서라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환경부 등 일부 부처에서는 이미 1급 고위직에게 사표를 제출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정무직인 장관 대신 직업 공무원에 책임을 전가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통상 새 정부가 출범하면 각 부처가 1급 공무원에게 일괄 사표를 받은 뒤 선별해 수리하는 게 관행이다.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문재인 정부 모두 집권 첫해 고위직 물갈이가 이뤄졌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2년 차에 '각 부처 1급 사표' 카드를 꺼내들었으나 공직사회 반발로 흐지부지된 바 있다.
부처 내 동요가 확산되자 대통령실은 기자단 공지를 통해 "1급 사표 제출이 대통령실의 지시에 따라 시작된 것이 아니다"라며 "해당 부처는 장관 직권으로 인사 쇄신 차원에서 1급 공직자들의 사표를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윤 대통령이 실세 차관들을 통해 사실상 '용산 직할체제'를 꾸렸기 때문에 문제 부처들의 경우 장·차관을 중심으로 인사 쇄신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