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국내 투자자의 일본 주식 매수 건수가 사상 처음 4만 건을 돌파했다. 외국인은 반도체, 개인 투자자는 2차전지주에 몰린 한국 증시도 예상외로 선전했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까지 올해 국내 투자자의 일본 주식 매수 건수는 4만4,752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2만6,272건) 대비 1.7배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201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12년 만에 최대치다.
특히 지난달 매수 건수가 폭증했다. 1만4,494건으로 5월(7,757건) 대비 1.9배 증가했다. 상반기 전체 매수 건의 3분의 1(32%)을 차지하는 규모이기도 하다. 당시 100엔당 환율이 900원으로 급락, 2015년 이후 처음 800원대 진입을 앞두자 "쌀 때 많이 사자"는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투자자가 상대적으로 낯선 일본 증시에 눈을 돌리는 것은 30여 년 만의 활황 때문이다. 일본 대표 지수 닛케이225는 올해 들어서만 29% 급등했다. 많은 투자자가 "일본 제조업황이 올 들어 미국을 추월하기 시작한 데다, 기록적인 엔저(円低)와 맞물려 여행 등 서비스업황도 고무적(신한투자증권)"이라고 판단해서다. △일본도 수출 중심 국가라 엔저는 상장사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되고, △미·중 갈등의 부대 효과로 일본 반도체 기업이 수혜를 입고 있다는 점 △주주환원 확대 정책도 매력을 북돋았다. 무엇보다 워런 버핏이 일본 상사 지분을 확대하면서 재평가 기류가 형성됐다.
물론 같은 기간 코스피 18%, 코스닥 27.8% 상승 등 한국 증시도 예상과 달리 선전했다. 당초 증권가에서는 긴축 지속·경기 침체 충격에 "올해 '1월 효과(연초 기대감에 증시가 반짝 상승하는 현상)'는 없을 것"이라는 비관이 나왔다. 하지만 반도체업황 반등을 기대한 외국인 투자자가 삼성전자 등을 사 모으면서 코스피는 지난달 1년 만에 2,640선을 넘는 반전을 일궜다. 코스닥은 개인 자금이 2차전지 대형주에 몰리면서 "과열" 경고등이 켜지기도 했다.
이날 최근 일주일간의 단기 가격조정 국면을 끝낸 것도 반도체와 2차전지였다. 반도체는 사상 처음 시총 3조 달러를 돌파한 '애플 효과'의 반사 이익을 봤고, 테슬라의 2분기 판매량 호조는 2차전지주에 호재가 됐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눈여겨보는 물가지표(개인소비지출·PCE)가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소식까지 들렸다. 그러자 코스피는 1.5% 상승해 9거래일 만에 2,600선을 되찾았고, 코스닥은 에코프로가 90만 원을 뚫으면서 올 들어 세 번째로 높은 상승폭(2.4%)을 기록했다.
개인 투자자는 지난 6개월 동안 회사채도 4조8,535억 원어치나 사 모았다. 지난해 상반기(2조7,471억 원) 대비 1.8배, 2년 전에 비해서는 4배 늘어난 수치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채권시장이 안정화하면서 채권 발행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불확실한 금리 전망에 만기가 2, 3년으로 짧으면서 시중은행(연 3%대)보다 금리를 더 주는 회사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 연준은 지난달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올해 0.5%포인트 더 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는데, 시장에선 "이달 한 차례 인상이 마지막일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