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경기 고양갑 자객 공천설이 제기된다'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의 질의에 이렇게 응수했다. 서해선 대곡-소사 구간 개통식에 야당 의원들 참석이 배제된 경위를 따져 묻는 도중이었다. 원 장관 발언은 같은 날 발표된 장·차관 인사로 국회에 복귀한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의 행보와 맞물리며 눈길을 끌었다. 당장 국민의힘에서는 원 장관이 사실상 내년 총선 출마를 공식화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여권에서는 이번 개각에서 권 의원이 여의도로 돌아온 것을 시작으로 현역의원 출신 국무위원인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의 복귀도 시간문제라 보고 있다. 당내에서는 내년 예산안 편성과 총선 출마를 위한 공직 사퇴 데드라인(선거일 90일 전)을 감안해 연말쯤 이들의 복귀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 밖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원 장관과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차출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반면 윤석열 정부 초기 기세등등했던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의 행보는 비교적 잠잠하다. 대표적으로 장제원, 권성동 의원은 차기 총선 출마 의지가 강하지만, 공천이 다가올수록 대통령 측근에 대한 '용퇴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과방위원장인 장 의원이 상임위 운영, 권 의원이 불체포특권 포기·중국인 투표권 제한을 각각 고리로 삼아 대야 공세에 몰두하는 것도 이런 배경으로 풀이된다.
향후 정치 진로를 두고 장관들과 윤핵관의 태생적 차이도 분명하다. 원 장관 등은 여권의 차기 지도자로 부상할 정치적 공간이 주어진 반면, 윤핵관들은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한 희생을 요구받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보수 지지층에서도 (원 장관 등은) 독자적 행보를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본다"며 "반면 윤핵관에 대한 당 안팎의 견제심리는 총선이 다가오면서 강화될 수밖에 없는 만큼 로우키 전략을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여권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바라보는 시각은 좀 더 복잡하다. 한 장관이 차기 주자로서 무게감을 갖춘 동시에 윤석열 정부 뒷받침을 위한 자기희생이 복합적으로 요구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한 장관의 총선 차출설과 국무총리 등 내각에서의 역할론에 대한 설왕설래가 이어지는 이유다. 수도권 승리가 절실한 여권의 필승카드가 돼야 한다는 주장과 여의도 밖에서 정부를 지원사격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장관이 총선 국면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야당을 압박하면서 여당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 줄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초선 의원 한동훈의 활동보다는 무게감 있는 역할에 대한 고민이 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