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도, 어떤 나무는 '거짓말'한다

입력
2023.07.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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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앤드류 더글러스와 연륜연대학

나무는 고생대 데본기 양치식물 일부의 진화로 탄생했다고 한다. 매년 하절기 왕성하게 생장하며 몸집과 키를 키우고, 동절기 커진 몸집을 굳히는 주기의 삶. 몸에 새긴 생장의 흔적이 연륜(나이테)이다. 태초의 나무가 어딘가에 살아 있다면 그 나무는 약 4억 개의 나이테를 몸의 역사로 품고 있을 것이다. 몸의 역사만은 아니다. 그 선들은 각각의 빛깔과 간격 등 형태로 풍상(風霜)의 세월을, 시대별 환경 데이터를 품고 있다. 그 정보를 분석하는 학문이 연륜연대학(年輪年代學, Dendrochronology)이다.

연륜연대학은 생물(식물)학자나 임학자가 아니라 앤드루 E. 더글러스(Andrew E. Douglass, 1867~1962)라는 미국 천문학자에 의해 창시됐다. 더글러스는 19세기 말 애리조나 로웰천문대 연구원으로서 태양 흑점 주기와 나이테의 연관성을 따져보던 중 나이테의 정보가치를 깨달았다. 예컨대 그는 특정 지역 특정 수종의 나이테 간격(나무의 생장률)이 거의 일정하다는 사실을 확인, 고기상학 연구의 돌파구를 열었다. 1914년 미국자연사박물관이 남서부 선사 유적의 연대기별 순서를 확인하기 위해 그에게 도움을 청한 게 알려진 바 연륜연대학이 현장에서 활용된 첫 사례다. 목조 유적의 나이테들을 비교 분석해 해당 목재의 벌목 시기와 건축 시기 등을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오늘날 연륜연대학은 학위과정은 아니지만 고고학과 (고)기상학, 역사학, 화학, 임학, 환경공학 등 수많은 분야에서 널리 활용된다. 미국 연륜연대학자 발레리 트루에의 책 ‘나무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에 소개된 것처럼 고가 바이올린의 진품 여부를 확인하는 데 쓰인 예도 있다.
다만 책 제목과 달리, 자작나무나 버드나무처럼 생장주기가 불규칙해 나이테로 ‘거짓말’을 곧잘 하는, 그래서 연륜연대학적 활용도가 거의 없는 나무도 있다고 한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