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피해자 법정 진술권 보장··· 억울함 쌓이는 제도 고치길

입력
2023.07.0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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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이 3일부터 범죄 피해자의 법정 진술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공소가 제기됐을 때 피해자에게 진술권에 대한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등 피해자 권리 강화 방안을 시행한다. 늦었지만 피해자의 목소리가 수사·사법 시스템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검경과 법원이 모두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실질적 피해 구제가 될 것이다.

대검의 이번 방안에는 재판절차 진술권을 상세히 안내하고, ‘피해자 의견 진술서’ 표준양식을 제공하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공소제기 시 발송하는 통지 문자에 진술권에 대한 내용도 담기로 했다. 특히 살인·강도·성범죄 등 중대 범죄를 기소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피해자에게 재판절차 진술권을 상세히 설명하고 진술 의사를 확인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진작에 시행했어야 할 내용이다. 그동안 범죄 피해자들이 수사·재판 과정에서 소외돼 왔다는 비판이 많았다. 최근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만 하더라도 충격적인 범죄를 당했지만, 사건 진행 상황과 피고인 정보를 알기 어려웠다고 한다. 경찰, 검사, 판사가 범죄자를 수사하고 단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는 통로가 없었다. 이런 시스템 때문에, 피고인이 피해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공탁을 하고 판사에게 반성문을 쓰고 하면 형량을 줄여주는 사례가 발생하는 것이다.

피해자 권한을 거의 인정하지 않는 형사사법 제도도 이참에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독일의 범죄 피해자는 형사재판에 직접 증거를 신청하거나 판결에 불복해 상소할 수 있고, 피고인·증인에 대한 질문권이나 재판장 명령에 대한 이의제기권까지 갖는다. 일본도 피해자나 유족이 재판에 참여해 일정한 요건 아래 증인이나 피고인을 신문할 수 있다.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가 “직접 가해자의 형량에 대해 상고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하는 목소리를 한 귀로 흘릴 일만은 아니다.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지 못하고 계속 쌓이게 하는 사법시스템이라면 뜯어고쳐야 할 이유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