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충전소 찾아 삼만리는 그만"...빈 충전기 한 눈에 보여주고 결제까지

입력
2023.07.04 04:30
11면
전기차 1대당 충전기 0.5대, 완속 충전기가 90%
충전소 수요 급증에 대기업도 인프라 구축 경쟁
카카오모빌리티·LG유플러스 합작법인 설립 협약
'티맵' 운영사도 전기차 충전 사업에 뛰어들어


빠르게 늘고 있는 전기차 이용자의 가장 큰 고민은 주변에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충전소가 있느냐다. 특히 장거리 이동이라면 경로 중간에 어디서 충전을 할지 미리 챙겨두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충전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대기업들이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 구축부터 이용자가 충전 공간을 예약하고 결제할 수 있는 플랫폼까지 적극 뛰어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군 넓히는 '카카오T'와 '티맵'


카카오모빌리티는 LG유플러스와 합작투자 계약을 맺고 전기차 충전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고 3일 밝혔다. 양사는 합작 법인을 위해 약 250억 원씩 출자했으며 LG유플러스가 카카오모빌리티보다 주식 1주를 더 가져간다.

LG유플러스는 올 초 자체 전기차 충전 서비스 '볼트업'을 출시했고 계열사 LG헬로비전의 전기차 충전 서비스 '헬로플러그인'을 인수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자체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는 보유하지 않았지만 카카오내비에서 전기차 충전소 위치를 안내하는 서비스를 해왔다. 이를 통해 국내 최대 모빌리티 플랫폼인 카카오T에서 LG유플러스가 구축한 전기차 인프라 중 빈 곳을 확인하고 예약부터 결제까지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국내 1위 모바일 내비게이션 '티맵'을 운영하는 티맵모빌리티 역시 전기차 충전 플랫폼 사업에 적극적이다. 이 회사는 올 초 전기차 충전소 '스파로스 EV'를 운영 중인 신세계아이앤씨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티맵에서 이용 현황부터 경로를 확인하고 간편 결제까지 가능하다. 지난해 말에는 세계 2위 전기차 충전기 제조사인 SK시그넷과도 전기차 충전 협력 사업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최근에는 전기차 충전 배달 서비스도 시작했다. 승합차 규모의 충전 배달 차량이 진입할 수 있는 장소라면 서울 전 지역 및 성남시 분당구 어디서든 호출해 충전할 수 있다.



하나의 앱에서 충전소 이용 현황부터 예약, 결제까지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들이 전기차 충전소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전기차 대비 충전 인프라가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올 5월 기준 국내 전기차 수는 약 47만 대고 2030년 말까지 420만 대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국내 충전 인프라는 전기차 1대당 충전기 0.5개 비율로 설치돼 있다. 게다가 여섯 시간 이상이 걸리는 완속 충전기가 전체의 90%에 달한다.

결국 비어있는 충전소 자리를 찾기 위한 이용자들의 눈치 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마다 이용할 수 있는 앱이 제각각이라 충전소를 찾는 게 쉽지 않다 . 모빌리티 업체들은 자사 앱에 각기 다른 업체들의 충전소 현황을 통합해 보여주고 결제까지 연동하면서 요금 일부를 수수료로 가져간다는 계산이다. 전기차 이용자만을 위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통해 추가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이용자 입장에선 흩어져있는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를 하나의 앱에서 이용하고 싶어한다"며 "충전소 입장에서도 플랫폼 업체와 손잡고 이용률을 높이려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 시장에서도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하다. ①현대차그룹은 2021년 자체 초고속 충전소 이피트(E-pit)를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에 구축하고, 같은 해 ②SK㈜가 초급속 충전기 제조사 시그넷 EV를 인수해 사명을 SK시그넷으로 바꿨다. ③GS에너지도 지난해 전기차 충전서비스업체 차지비 운영권을 확보하고 관련 사업을 준비 중이며 ④롯데정보통신도 국내 충전기 시장 매출 2위를 달리던 중앙제어를 인수했다. IBK투자증권은 국내 충전시장 규모가 지난해 3,000억 원에서 2030년 2조5,000억 원 규모로 여덟 배 넘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안하늘 기자
김형준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