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학자금 대출 탕감’ 제동에 “헌법 잘못 해석” 비판

입력
2023.07.01 13:38
새로운 대출 면제 방안 추진하기로
정책 반대한 공화당엔 ‘위선자’ 비판
공화당은 “바이든 매표 정책” 반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학 학자금 대출 탕감’ 계획에 제동을 건 연방 대법원의 결정을 비판하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보수화된 대법원의 제동으로 미국 역사상 가장 비싼 행정명령으로 불렸던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은 물거품이 될 위기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 AP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긴급 연설을 통해 “법원은 헌법을 잘못 해석했다”며 “학자금 대출 탕감 계획을 중단하려는 대법원의 결정은 잘못된 실수”라고 말했다. 같은날 대법원은 공화당 주지사가 이끄는 6개 주(州)가 낸 바이든 행정부의 학자금 대출 탕감에 대한 소송에서 정부가 관련 정책을 추진할 권한이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진보 성향의 대법관 3명은 정부의 편을 들었지만, 보수 성향 대법관 6명은 모두 돌아섰다.

관련 정책의 핵심은 ‘연간 소득이 12만5,000달러(약 1억6,500만 원) 미만인 가구를 대상으로 최대 2만 달러(약 2,600만 원)까지 학자금 채무를 면제’해주는 것이었다. 의회 승인이 필요 없는 행정명령 형태로 추진된 데다가 약 4,000억 달러의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는 미 의회예산국(CBO) 추산까지 나오며 공화당의 반발을 샀다. 존 로버츠 대법원을 비롯한 보수 성향 대법관은 “행정부가 막대한 비용이 드는 정책을 도입하려면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재추진” 공화당 “포퓰리즘”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학자금 대출 탕감 정책을 다른 방식으로 다시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고등교육법에 근거해 특정 조건의 학자금 대출을 면제하도록 할 것”이라면서 교육부가 학자금 대출자에 대한 12개월의 ‘유예기간’을 두는 재상환 프로그램을 만들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어 “학자금 대출을 받은 사람들을 위한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탕감을 이뤄내겠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공화당에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공화당은 이미 올해 5월 학자금 대출 관련 행정명령을 무력화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기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는 학자금 대출 탕감을 반대한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정작 코로나19 긴급 구호 자금으로 수십만 달러를 받았다면서 “위선이 놀랍다”고 꼬집었다.

반면 공화당에서는 대법원의 결정에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관련 정책을 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에서)표를 사려는 방법, 그게 전부”라고 지적했다. 공화당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학자금 대출이 없는 미국인 87%에게 관련 대출이 있는 13%를 위해 돈을 내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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