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장애인은 결혼정보회사 가입 불가?... 법원 "막으면 차별"

입력
2023.07.0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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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각장애인 vs 듀오의 위자료 소송
1·2심 "위자료 50만원 지급" 판결

결혼정보업체가 중증 장애인의 회원 가입을 원천 거부한 것은 불법적 차별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3-2부(부장 노호성)는 최근 청각장애 2급 A씨가 결혼정보업체 듀오를 상대로 제기한 위자료 지급 소송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위자료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손해배상금을 뜻하고, 청각장애 2급은 두 귀의 청력 손실이 각각 90데시벨 이상인 사람을 말한다.

A씨는 2021년 10월 애인을 찾기 위해 듀오에 회원 가입 신청을 넣었다. 하지만 듀오는 신청을 거절했다. 당시 상담원은 "A씨가 중증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상대방이 알면 연결을 원할 가능성은 낮으니 활동이 어려울 수 있다"는 식으로 설명했다고 한다. 듀오 측은 같은 해 12월 A씨에게 "어느 한쪽에만 초점을 맞춰 회원을 관리할 수 없다"며 "저희가 소개하는 여성이 마음에 드시더라도 상대가 원치 않으면 만남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A씨는 "듀오가 회원 가입을 거부하면서 서비스를 설명한 내용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지난해 8월 "회원 가입 거부는 장애인 차별이 맞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상담원이 A씨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그런 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위자료는 50만 원으로 산정했다.

항소심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대부분 유지하면서 "회원 가입 거부는 장애인을 정당한 사유 없이 배제한 경우에 해당하지만, 듀오 측이 지난해 10월 A씨를 회원으로 등록한 사실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양측이 상고하지 않아 판결은 확정됐다. 듀오 관계자는 "저희 딴엔 가입비와 실제 연결 가능성 등을 고려했을 때 배려하는 차원에서 '회원으로 활동해도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안내한 것"이라며 "지금은 A씨도 회원으로 가입돼 있고 저희도 원활한 매칭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듀오처럼 회원 가입을 거부한 결혼정보업체 가연을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했다. 본보가 입수한 화해권고 결정문에 따르면, 이 소송은 지난해 10월 조정 끝에 가연 측이 A씨의 회원 가입 신청을 방해하지 않고, 위자료 300만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재판부는 위자료 결정 이유에 대해 "피해 정도와 장애 유형의 특성 등을 고려했다"면서도 "가연 측이 임직원들을 상대로 장애인 차별 금지 교육을 실시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A씨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성을 소개받는 과정에서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이 없기를 바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며 "장애 부위와 정도에 상관없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싶은 장애인을 막아 세워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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