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로서 이보다 감사한 자리가 또 있을까요.”
연기 경력 40년이 넘은 배우는 계속 쑥스러운 표정이었다. 최민식(61)은 “한편으로는 부끄럽고 벌거벗겨진 느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30일 오후 경기 부천시 한 문화공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였다.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29일 개막)가 특별전 ‘최민식을 보았다’로 마련한 자리였다.
‘최민식을 보았다’는 최민식의 배우 인생을 돌아보는 행사다. 최민식이 고른 출연작 10편이 상영된다. 최민식은 “해외에선 저에 대한 특별전이 두세 번 있었으나 우리나라에선 처음”이라며 “선배 영화인, 후배들이 차려준 성찬을 받게 돼 더 영광”이라고 말했다. 부천영화제가 배우 특별전을 여는 건 정우성과 전도연, 김혜수, 설경구에 이어 다섯 번째다. 정지영 부천영화제 조직위원장은 최민식을 “가장 뜨겁고 거칠지만 가장 친근한 배우”라고 평가하며 “진작 특별전을 했어야 했는데 늦었다”고 밝혔다.
최민식은 21세기 한국 영화의 얼굴 중 하나다. 그는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사상 첫 수상(감독상)을 한 ‘취화선’(2003),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올드보이’(2003)에서 주연을 맡았다. ‘명량’(2014)은 역대 최고 흥행 기록(관객 1,761만 명)을 세웠다. 성취가 적지 않으나 그는 자신에 대한 평가에 인색했다. 자신에게 칭찬해 주고 싶은 점이 있냐는 질문에 “고교 3학년 때 극단 뿌리 연구단원으로 들어간 이후 다른 동네 기웃거리지 않고 배우라는 직업을 계속해 온 거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연기는 제게 밥과 같은 거면서 숨 쉬는 거랑 비슷하다”며 “너무 사랑하는 일을 하니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특별전에는 최민식이 대학 졸업 후 20대 때 출연한 단편영화 두 편이 상영되기도 한다. 그는 “옛날에 단편영화를 찍었다는 걸 영화제에 와서 새삼 알게 됐다”며 “보고 싶은데 너무 떨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1년 치 안줏거리가 될 거”라고도 했다. “영화인들이 보고선 그때는 ‘발 연기의 달인’이라고 놀릴까 걱정입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