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등급 분류와 사후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감사원의 감사 결과로 드러난 전산망 구축 사업의 비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에 나섰다. 산하 3개 본부의 본부장 전원이 책임을 지고 보직에서 물러나는 한편 '재무계약팀'을 신설해 게임위 사업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기로 했다.
게임위는 30일 감사원의 게임위 비위 의혹 감사 결과에 대해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처분 요구에 따른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날 감사원은 게임위 비위 의혹에 대한 국민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게임위는 2017년부터 '자체등급분류 게임물 통합 사후관리 시스템' 개발을 외부 업체에 맡겼다. 이 업체는 3년 뒤 사실상 미완성 상태의 전산망을 납품하며 철수했지만 게임위의 담당 직원은 이를 무마한 채 모든 용역 대금을 그대로 지출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이 과정에서 적어도 6억 원 이상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감사원은 사안의 책임을 물어 현재 사무국장인 A씨에겐 정직 이상의 징계를, 당시 정보기술팀장으로 실무를 주도한 B씨에 대해서는 현재 직장인 한국조폐공사에 내용을 통보할 것을 권고했다. 게임위는 "감사원 감사 결과를 통해 비위행위가 확인된 용역업체, 책임자(퇴직자 포함) 등에 대한 형사고발 및 손해배상 청구 등 민·형사상 책임을 엄정히 물을 계획"이라며 "내부 징계조치 역시 신속하게 확정할 것"이라고 했다.
게임위는 이에 더해 사무국장 아래 3개 본부의 본부장이 인적 쇄신 및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보직사퇴한다고 밝혔다. 또 유사한 비위 재발을 막기 위해 재무계약팀을 새로 만들어 위원회 사업 전 단계에 대한 관리와 검증을 강화하고 감사 조직도 늘리기로 했다. 김규철 게임위원장은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를 위원회 내부의 문제를 해소하고, 국민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기관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게임위는 지난해 넥슨의 모바일 게임 '블루아카이브' 등 인기 게임의 등급분류 조정 결과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번 감사도 지난해 10월 해당 비위 의혹을 포착한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주도로 게이머 5,000여 명이 국민감사 요청에 서명해 시작됐다. 이 의원은 감사 결과를 두고 "이번 감사는 비리의 끝이 아니라 변화의 시작"이라면서 "게임위가 뼈를 깎는 쇄신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