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CEO) 공백 사태로 큰 혼란을 겪고 있는 KT가 30일 새로운 사외이사를 확정했다. 이들을 중심으로 다음 CEO 후보군을 찾고 본격적인 경영 정상화 작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현재 KT는 박종욱 KT 경영기획부문 부문장(사장)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는 이날 오전 서초구 우면동에 위치한 KT 연구개발센터에서 임시 주주 총회를 열고 사외이사 7명을 뽑았다. 새 사외이사는 곽우영 전 현대자동차 차량 정보기술(IT) 개발센터장,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안영균 세계회계사연맹 이사, 윤종수 전 환경부 차관, 이승훈 KCGI 글로벌부문 대표 파트너, 조승아 서울대 경영대 교수, 최양희 한림대 총장 등이다.
이 가운데 윤종수·최양희 이사는 각각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활동한 친정부 인사들로 분류됐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관 글래스루이스는 윤 전 차관을 제외한 모든 후보들에게 찬성을 권고했고 ISS는 전원 찬성을 권했다. 이에 대해 KT 소액주주 커뮤니티를 이끌고 있는 배창식씨는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일반 주주들이 사외이사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알기 어려웠다"며 "앞으로 CEO 선임이나 경영 활동이 주주 권익에 도움이 되는지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사외이사 선임이 마무리되면서 CEO 후보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회사는 8월 중 새로운 대표이사를 세운다는 계획이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낙하산 인사를 막을 수 있을까'로 모아졌다. 정치권이 회사 CEO 선출 과정을 비판하면서 지난해 11월부터 후보자가 세 차례 낙마하는 등 정치권과 갈등이 깊어진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날 임시주총에선 회사 정관 개정 표결도 이뤄졌는데 사내이사를 기존 세 명에서 두 명으로 줄였다. CEO 선임 안건에 대한 의결 기준을 '표결에 참여한 주식 수의 50% 찬성에서 60% 찬성'으로 올렸다.
특히 CEO 자격 요건에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지식과 경험'을 '산업 전문성'으로 바꿨다. KT가 통신을 벗어나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거듭나기 때문에 더 큰 영역을 다룰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설명이지만 정치권과 가까운 인사를 쉽게 내려보내기 위한 조치라는 우려도 크다. 민주노총 산하 KT 새 노조는 "낙하산 CEO를 위한 사전작업 아니냐는 의혹 제기가 난무했다"며 "CEO가 비어 있고 이사회가 초토화된 상황에서 ICT 전문성을 삭제해 논란과 혼란을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소액주주들도 낙하산 인사가 내려올 경우 집단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배씨는 "회사 측에선 새로운 정관으로도 낙하산 인사를 막을 수 있다고 주주들을 설득했다"면서 "만약 말도 안 되는 낙하산 인사가 내려온다면 국내 주주들뿐만 아니라 해외 주주들까지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