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옷을 가볍게 입고 싶어도 그렇게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7~9월에 기승을 부리는 ‘백반증(白斑症·Vitiligo)’ 환자다. 백반증은 색소를 만드는 멜라닌 세포가 파괴돼 나타나는 탈색소 질환이다.
백반증은 후천적으로 나타나는 탈색소 질환 중 가장 흔한 질환으로 전 인구의 0.5~1%에서 나타난다. 전 연령대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10~30세 사이에 가장 흔하고, 환자 절반은 20세 전에 발생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백반증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2021년 5만8,880명이었다.
백반증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다만 유전적 소인, 자가면역(면역체계 이상으로 자신의 세포를 공격하는 것), 항산화 능력 감소, 외부 자극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족력은 30% 정도에서 나타난다. 원형탈모나 건선, 알레르기 질환 등이 동반될 때도 많다.
대표적인 증상은 피부 탈색과 모발 탈색(백모증)이다. 경계가 명확한 백색 반점이 피부 어디에서나 발생하고 머리카락ㆍ눈썹ㆍ속눈썹을 포함한 체모가 탈색돼 하얗게 변할 수 있다. 특히 손ㆍ발ㆍ무릎ㆍ팔꿈치 등 뼈 돌출 부위나 입·코·눈 주위, 입술, 성기에서 시작할 때가 흔하다.
백반증은 피부 분절 등 국소적으로 한 부위에만 나타날 수 있지만 보통 피부 곳곳에 대칭적으로 많이 발생한다. 특이하게 반복적인 마찰ㆍ긁는 행위ㆍ압력 같은 물리적인 자극에 영향을 받는다. 목걸이나 벨트 착용 부위, 손, 팔꿈치에 빈번하게 발생하는 이유다.
김혜성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피부과 교수는 “백반증을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치료 시기를 놓칠 때가 많다”며 “실제 백반증 환자 중 치료를 받은 환자는 5명 중 1명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백반증은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 때문에 우울증이나 대인기피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증상이 생기면 곧바로 병원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백반증은 병변 모양과 분포 등 임상 소견으로 진단한다. 우드등 검사를 통해 색 변화를 확인하는 등 병변을 더 정확히 관찰할 수 있다. 임상 소견이 비전형적이라면 피부 조직 검사가 도움이 되기도 한다. 갑상선 질환, 빈혈 등 동반 질환의 확인을 위해 병원 첫 방문 시 혈액검사를 함께 시행한다.
치료는 병변 크기와 진행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치료법은 약물 치료, 광선 치료, 피부 이식 등이 있다. 먼저 몸의 5% 미만만 침범했다면 국소 스테로이드나 칼시뉴린억제제(프로토픽, 엘리델 연고)를 단독 사용할 수 있다.
신체의 5% 이상을 차지하는 백반증에서는 광선 치료가 주로 시행된다. 광선 치료 중에서는 좁은 파장 자외선B(Narrow band UVB) 치료를 1주일에 2~3회 받거나, 엑시머 레이저를 이용한 표적 광 치료(Targeted phototherapy)가 안전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병변이 급속히 번진다면 단기간 경구 스테로이드 요법을 적용한다. 1~2년 동안 새로운 또는 커지는 병변이 없는 안정적인 백반증에는 펀치이식술, 흡입수포표피이식술, 세포이식술 등과 같은 수술적 치료가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JAK 억제제가 백반증 치료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영준 강북삼성병원 피부과 교수는 “백반증을 예방하려면 3가지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①자외선 노출 줄이기. 증상이 있는 부위는 멜라닌 색소가 없어 자외선에 오래 노출되면 일광화상을 입고 증상이 악화하기 때문이다. ②스트레스 줄이기. 스트레스는 면역체계에 문제를 일으켜 멜라닌 색소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③피부 상처·자극 줄이기. 피부가 심한 자극을 받으면 기존 증상이 악화되거나 새로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담배를 끊고, 비타민제와 같은 항산화제를 꾸준히 복용하거나 항산화 음식으로 잘 알려진 과일ㆍ채소를 섭취하는 게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