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과 야당 의원들이 29일 국회에서 충돌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감사과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는지를 놓고 서로 물러서지 않았다. 양측은 감사위원회 녹음파일의 공개를 놓고도 공방을 벌였다. 유 사무총장의 고압적인 답변 태도까지 도마에 올랐다.
김의겸 민주당 의원은 “감사원 문서보고시스템을 보면 권익위 감사보고서에 주심 감사위원은 ‘열람’을 누르지 않았는데도 결재가 완료된 것으로 돼 있다”며 “전자정부법에 의하면 모니터상에서 버튼을 눌러야 법적인 효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 사무총장은 “화면으로 보든 서면으로 보든 편한 대로 보면 된다. 업무 관행상 보통 종이로 본다”며 “27년간 감사원에 있었는데 그렇게 열람 자주 하시는 것 처음 본다. 단군 이래 제일 (열람을) 많이 했다”고 소리를 높였다.
유 사무총장은 감사위원들이 회의가 끝난 뒤 별도 간담회에서 내용 수정에 합의한 것을 두고 “불법적으로 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직원들을 압박, 강요해서 논의되지 않은 사실까지 고치라고 강요하고 기망했다”며 “사무처에서 손댄 것은 하나도 없다. 전 위원장의 치명적인 중범죄 해당사항만 다 삭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감사보고서 초안에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유권해석에 전 위원장이 관여하고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했다는 부분이 있는데 최종 보고서에 누락됐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최재해 감사원장은 “6월 1일 위원회에서 결정된 뒤 9일 수정 내용이 발표되는 사이에 변경된 것”이라면서 “의혹 제기가 있었고, 자체 진상조사를 하도록 했다”고 답했다.
여야 의원들은 현안질의 시작 전 감사위원회 녹음파일 공개 여부를 두고도 신경전을 펼쳤다. 유 사무총장이 권익위 감사 결과를 논의하던 지난 1일 감사위원회 당시 고성을 질렀다는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야당이 요구한 자료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녹음파일 내용과 녹취록이 차이가 없다면 제출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회의록만 봐도 ‘궤변, 작당’ 등의 용어가 담겨 있다. 내지 않겠다고 하면 깜짝 놀랄 만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육성 파일이 아니라면 제3자가 객관적으로 검증해야 한다”며 거들었다.
이에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사무총장이 쓰는 단어 하나하나를 '악마의 편집'하듯이 끌고 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받아쳤다. 최 원장도 “회의록을 작성하기 위한 기초자료일 뿐”이라며 공개를 주저했다.
유 사무총장의 태도 논란은 이번에도 반복됐다. 김의겸 의원 질의에 격앙된 목소리로 답변을 이어갔다. 그러자 김 의원은 “지금 유 사무총장의 태도가 6월 1일 회의록에 나온 태도다. 고성하고 방해하고 난동 부린 것이 6월 1일에 나와 있다”며 소리를 높였다.
야당 간사인 소병철 민주당 의원도 “유 사무총장이 ‘단군 이래, 기망, 강요, 중범죄, 모해’ 등의 발언을 하는데 이런 식의 답변은 처음 본다”면서 “사무총장이 감사위원을 향해 중범죄자라고 몰아치는 부분은 주의를 줘야 한다. 회의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유 사무총장이 회의 도중 최 원장에게 답변 방향을 쓴 쪽지를 전달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에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사무총장은 감사원장의 지시를 받아 일하는 사람인데, 실제로는 사무총장이 원장에게 해야 할 말도 정해주고 원장의 지시도 따르지 않는 상황”이라며 “감사원은 사무총장의 놀이터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