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관 달고 새 모습으로 동해 건너 온 일본의 그랜저를 타봤다

입력
2023.07.03 14:00
15면
日 전용 럭셔리 세단의 글로벌 플레이어
크로스오버 2.4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 모델


'세단인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같기도 하고...'


독특한 첫인상에 차 주변을 두 바퀴쯤 돌았다. 볼륨감 있는 전면부엔 깔끔한 왕관 엠블럼을 달았다. 옆모습을 보면 루프는 운전석에서 가장 정점을 찍는 쿠페라인을 했고 앞뒤 휠 사이엔 전진하는 듯한 선을 더해 역동적 인상을 준다. 날카롭게 뻗은 전면부와 달리 후면부는 짧고 트렁크 리드는 꽤 높았다.

'일본의 그랜저'라 불리는 한국토요타의 플래그십 모델 크라운이 16세대를 맞아 확 바뀌었다. 1955년 토요타 최초의 양산형 승용차로 출시된 이 차는 회사의 브랜드 라인업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지녔다. 대체로 구매력 있는 장년층이 좋아하던 이 차는 내수용에서 글로벌 플레이어로 탈바꿈하며 성능과 디자인도 진화했다. 69년의 헤리티지를 담고 있으면서도 현대적 이미지를 추구하기 위해 곳곳에 디테일을 더했다.

지난달 5일 국내에 출시된 이 차를 같은 달 8일 강원도에서 몰아봤다. 정선군 북평면에서 출발해 강릉시 대관령휴게소를 지나 바다가 보이는 강릉시 사천면으로 향했다. 왕복 약 150km 구간을 절반은 직접 운전하고 절반은 조수석에서 승차감을 느껴봤다. 회사가 자랑하는 2.4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 모델의 가속감이 궁금했다.



각도마다 다른 얼굴… 여러 매력 가진 크라운



사륜구동인 데다 듀얼 부스트 2.4리터(ℓ) 모델은 주행감이 인상적이었다. 쉴 새 없이 나타나는 강원도 언덕과 굽잇길에서도 힘이 느껴졌고 평지에선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달렸다. 특히 가속 페달을 밟을 때 즉각 반응했다. 회사 관계자는 2.4ℓ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새로 만들어진 바이폴라 니켈 메탈 배터리를 넣어 더욱 강한 전류를 효율적으로 흘려보낼 수 있는데 이는 순간 가속력과 연비도 높인다고 설명했다. 총출력은 348마력에 달한다.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결합한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이라는 정체성은 겉모습뿐만 아니라 주행할 때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개방감 있는 실내 공간에는 두 개의 12.3인치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있어 트렌디함을 느낄 수 있다. 공조 시스템을 위한 물리 버튼도 남겨둬 필요한 기능을 제때 바로 찾을 수 있게 했다. 운전 내내 붙잡고 있는 스티어링 휠에는 천연가죽 소재를 사용해 편안한 그립감을 줬다. 캐주얼, 스마트, 스포티, 터프 등 네 가지 디자인 테마를 바꿀 수 있다.

시승을 마친 뒤 주요 안전 기능을 시험해보기 위해 한국토요타 관계자와 한 번 더 차를 몰고 나갔다. 긴급제동 보조 시스템은 충돌 가능성이 높거나 사고 발생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차량이 운전자에게 경고하고 제동력에 부분적으로 개입해 브레이크 작동을 보조하는 기능이다. 여기에 포함된 교차로 긴급 제동 보조기능은 교차로에서 운전자가 좌·우로 돌 때나 마주 오는 차선의 차량이나 맞은편에서 길을 건너는 보행자와 충돌 위험이 있을 때 경고하고 브레이크를 작동시킨다.

위급 상황에서 구현되는 긴급 제동 기능을 제대로 경험하긴 어려웠다. 다만 여러 안전 기능이 운전자를 놀라게 할 정도로 자주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도움 주는 수준이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는 있었다. 예컨대 차선을 벗어날 우려가 있을 때 차량이 스티어링 휠을 너무 세게 튕기지 않고 부드럽게 개입하는 식이다. 그 밖에도 레이더 센서와 카메라 센서로 전방의 차량을 감지해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운전자가 설정한 차량 속도와 앞 차량과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하는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있어서다. 앞차에 맞춰 주행 속도를 조절하고 앞차가 멈추면 따라 선다. 전방에 차량이 없으면 설정한 속도에 맞춰 다시 정속 주행한다.

가격은 크라운 2.5ℓ 하이브리드 5,670만 원(개별소비세 3.5%), 크라운 2.4ℓ 듀얼 부스트 하이브리드는 6,480만 원(개별소비세 3.5%).

강릉 정선=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