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역사(力 士)'에서 스포츠 행정가로...문체부 2차관에 발탁된 장미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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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29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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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역사(力士)' 장미란(39) 용인대 체육학과 교수가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으로 깜짝 임명됐다. 국가대표를 지낸 스포츠인이 문체부 2차관에 오른 건 2013년 '사격 전설' 박종길, 2019년 '아시아 인어' 최윤희에 이어 세 번째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는 최초다.

대통령실은 29일 문체부 2차관에 장 교수를 임명한 것에 대해 "체육계에 BTS(방탄소년단)처럼 새 바람을 불어넣어 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장 신임 차관은 선수 생명이 짧은 여자 역도계에서 오랫동안 챔피언 자리를 유지해 왔다. 은퇴 이후 후학 양성에 힘써온 그는 이제 한국 체육을 책임지는 행정가로 나선다.

장 신임 차관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한국 여자 역도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쥔 인물이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는 은메달, 2012 런던올림픽에서도 동메달로 한국 스포츠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아울러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2 부산·2006 도하 아시안게임 은메달 및 세계역도선수권 4연패(2005·2006·2007·2009) 등 명실상부 역도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장 신임 차관은 다소 늦은 나이인 중학교 3학년 때 역도를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국제무대에 등장한 건 은메달을 딴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때다. 세계 역도계의 눈도장을 받은 그는 베이징올림픽에서 합계 326㎏로 당시 세계 신기록을 작성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여자 역도 사상 첫 금메달이자 현재까지 유일한 금메달이다. 당시 금메달이 더 값진 이유는 2, 3위였던 선수들이 2016년 추적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으로 메달이 박탈됐기 때문이다. 런던올림픽 때는 4위로 대회를 마쳤으나 3위였던 선수 역시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성분이 검출돼 메달이 박탈됐고, 장 신임 차관이 3위로 올라갔다. 그는 2013년 1월 은퇴를 선언하고 바벨을 내려놓았다.

특히 마지막 런던올림픽 무대는 많은 감동을 선사했다. 당시 전성기를 지난 20대 후반인 데다 어깨 부상 등으로 메달권 진입이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지막 용상 3차 시기(170kg)에서 역기를 떨어뜨렸던 그는 눈물 대신 무릎을 꿇고 기도했고,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이 모습은 올림픽의 명장면으로 꼽힐 만큼 전 세계인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학업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2005년 고려대에 입학한 장 신임 차관은 성신여대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 용인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6년 용인대 교수로 임용된 그는 2017년 미국 오하이오주 켄트주립대에서 유학했고, 2021년 용인대로 복직했다. 현재까지 용인대 교수이자 2012년 설립한 장미란재단 이사장으로서 어려운 환경의 청소년들을 후원해 왔다.

장 신임 차관은 문체부를 통해 발표한 임명 소감에서 "스포츠 현장에서 페어플레이 정신은 공정·상식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철학이 스포츠와 관광 정책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정부 정책을 국민 여러분께 제대로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그는 이어 "스포츠인으로서 문체부 차관의 소임을 맡게 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선수, 지도자를 비롯한 선후배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 어려운 상황에 놓인 체육인들의 복지를 면밀히 살피고 체육인들의 위상을 세우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국민 여러분께서 생활체육을 통해 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강원 원주 △원주공고 △고려대 체육교육 학사 △성신여대 체육학 석사 △용인대 체육학 박사 △2004 아테네올림픽 은메달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 △장미란재단 이사장 △용인대 교수

강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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