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최초의 금속 활자본인 '구텐베르크 42행 성서'는 불완전 사본을 다 합쳐 오늘날 단 49권만 남아 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게이오대가 유일하게 소장하고 있던 '구텐베르크 42행 성서'를 이제 국내에서도 관람할 수 있다. 전 세계 문자 유물을 모은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서다.
기원전 2100년 무렵부터 현대까지 폭넓은 시기의 세계 문자 자료가 전시된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 9년의 준비 끝에 29일 인천 송도 국제도시에서 문을 열었다. 프랑스 샹폴리옹 박물관과 중국 문자박물관에 이어 세계 세 번째로 지어진 세계 문자 전문 박물관이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총면적 1만5,650㎡ 규모로 지하 1층은 상설전시실, 지상 1층은 기획전시실과 어린이체험실, 지상 2층은 카페테리아로 꾸며졌다. '페이지스(Pages)'라는 이름의 건축물은 흰색 두루마리를 펼쳐놓은 듯한 외관이다. 건립과 공사 등에 국비 620억 원이 투입됐고 소장품 확보에 100억 원의 예산을 들였다. 244건 543점의 세계 문자 자료를 확보했는데 이 중 136점을 공개했고 복제품 44점까지 180점이 전시됐다.
지하 1층에 마련된 상설전시실에서는 서양 인쇄술의 발달을 보여주는 '구텐베르크 42행 성서'뿐 아니라 기원전 2000년에서 1600년 사이에 만들어진 '원형 배 점토판'도 볼 수 있다. 점토판 앞뒷면에 쐐기문자로 고대 서아시아의 홍수 신화를 기록한 문서로, 성서의 '노아의 방주'와 유사해 성서고고학 분야에서도 중요한 기록물로 여겨진다.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가 새겨진 '카노푸스 단지'(기원전 664~525년)는 이집트인들이 미라를 제작할 때 시신에서 꺼낸 장기를 보관하는 용기다. 몸체에 상형문자로 죽은 사람에 관한 내용이 새겨져 있다. 마르틴 루터가 라틴어 성서를 독일어로 번역한 비텐베르크 구약성서 초판본(1523~1524년)도 눈에 띈다. 고대 법률을 비석에 새긴 '함무라비 법전'(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인류 최초의 알파벳이 기록된 '세라비트 엘카딤 스핑크스'(영국박물관) 등 해외 박물관이 소장해 국외 반출이 어려운 유물은 정교하게 본뜬 복제품을 전시한다. 박물관은 30일부터 오전 10시~오후 6시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긴 글 주의-문자의 미래는?’이라는 개관 기념 특별전도 11월 19일까지 함께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