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임박하면서 국내외 긴장도 팽팽해지고 있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내달 4일 일본 도쿄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만나 최종보고서를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아사히신문이 어제 보도했다. 예상대로 "방류가 타당하다"는 보고서 내용이 공표되면, 오염수 방류는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
일본 정부는 방류 수순을 강행하는 가운데 국내에선 원자핵 전문가들마저 위험성 공방을 벌여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력공학과 명예교수가 오염수 방류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제기하자 이에 반대하는 학자들이 그를 ‘괴담 진원지’로 지목하며 반박하는 양상이다. 같은 학과 조형규 김기현 교수는 서 명예교수 주장으로 불안감이 커질 수 있어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겠다며, 학과 게시판에 반박 글을 올렸다.
핵 전문가들의 공방은 진위를 떠나 과학까지 불신케 하고 국민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런 불안감을 해소시켜야 할 여야는 정작 오염수 문제를 정쟁거리로 삼는 무책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논란까지 연결해 야당에 '괴담 공세'를 퍼붓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단식에 외국과의 연대 등 장외투쟁으로 맞서고 있다.
국민적 불안 해소에 어느 때보다 역할이 커진 정부는 시찰단의 분석 결과 공개 시점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은 “7월 초가 될지 7월 중순이 될지 장담 못하지만 여러 일정을 고려했을 때 7월 중에는 발표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는 모호한 답변만 내놓았다. IAEA 최종보고서 결과와 사흘간 일본 정부가 진행하는 '사용 전 검사' 등도 지켜보겠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미심쩍어하는 국민 시선을 정부까지 외면해서야 오염수 문제 해법을 찾기는 어렵다. 서둘러 분석 결과를 공개하고, 부족하거나 의심스러운 부분은 일본 정부와 추가 협의에 나서야 한다. 오염수 방류 직후 혼란을 최소화하는 준비는 지금부터 해도 모자람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