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공무원들이 계약해지 업체에 대금을 돌려주는 과정에서, 공탁 상대를 잘못 지정하는 실수를 저질러 십수억 원의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고양시는 2014년 12월 A사와 킨텍스 S2호텔 부지(1만1,770㎡)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부지를 팔기로 했다가, 4년 후인 2018년 12월 이 계약을 해지하기로 했다. 당시 고양시는 A사가 호텔을 짓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자, 계약위반을 이유로 해지를 통보했다.
고양시는 계약해지와 함께 A사로부터 이미 받은 돈(152억6,343만 원) 중 계약금 15억2,634만 원을 제외한 137억3,708만 원을 돌려주려고 했으나, A사는 수령을 거부했다. 결국 고양시는 이 돈을 법원에 공탁(맡김)하는 절차를 시작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A사는 이미 계약해지 이전인 2017년 7월 "해당 부지 매매대금 반환 채권을 B사에 양도했다”는 내용의 채권양도양수계약서를 고양시에 보낸 상황. 그 때문에 A사는 피공탁자(공탁된 금전을 찾아가야 하는 사람)가 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럼에도 고양시는 이런 내용을 깜빡하고 A사를 피공탁자로 지정해 공탁 절차를 진행했다.
고양시는 이런 오류를 3년 넘게 까맣게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지난해 1월 4일에야 B사를 상대로 다시 공탁 절차를 시작했다. 이렇게 피공탁자가 잘못 지정된 사이, 고양시가 부담해야 할 매매대금 이자는 15억7,957만 원에서 29억624만 원으로 불어났다. 주지 않아도 될 돈을 13억 원이나 더 부담해야 했던 것이다.
고양시는 피공탁자를 잘못 지정해 낸 공탁금을 뒤늦게 환수하는 절차에 나섰으나, 결국 타 채권자들이 공탁금 일부를 찾아가 버리는 바람에 5억 원가량을 찾아오지 못했다. 고양시는 지난해 새로 거는 공탁금 166억 원을 마련하느라 예비비까지 끌어다 써야 했다.
지역 시민단체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귀중한 혈세가 낭비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정연숙 파랑새시민연대 대표는 “첫 공탁 때 실수만 없었다면, 혈세 18억 원(이자 13억 원+미반환 5억 원)은 낭비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당시 공무원을 상대로 법적 조치에 나설 방침이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고양시는 "(결과적으론) 재정 낭비가 없었다"는 입장을 알려왔다. 고양시는 “A사가 고양시를 상대로 낸 부지 계약해지 통보 무효확인소송이 지난해 3월 고양시 승소로 확정됐다"며 "이 소송의 종결 시점으로 보면, A사에 공탁한 금액과 B사에 재공탁한 금액의 차이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런 해명에 대해서도 고양시가 상관없는 두 사건을 비교해 책임 회피에 급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호 변호사는 “고양시가 공탁을 잘못해 재정손실을 불러온 게 맞다”며 “공탁을 통해 계약해지를 한 것이기에 이와 별개인 소송은 논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공무원이 꼼꼼하게 챙기지 못해 오류가 발생했다”며 “추가 지출된 이자 등에 대해 A사를 상대로 반환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