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2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주요 도시에 미사일 폭격을 가해 최소 8명의 민간인이 숨졌다. 최근 민간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무장반란 사태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도력에 큰 흠집이 나는 등 내부 혼란이 커지자 전쟁 상대방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 강화로 국면 전환을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방송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이날 오후 7시 30분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 크라마토르스크의 도심 중심부를 미사일로 공격했다. 이로 인해 타격 지점이었던 '리아 피자' 식당에 있던 어린이 3명을 포함, 최소 8명이 사망하고 56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부상자 중에는 생후 8개월 유아와 외국인 3명도 포함됐다. 비슷한 시간, 크라마토르스크 외곽의 한 마을도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5명이 다쳤다.
민간인 사상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벨기에의 한 프리랜서 언론인은 BBC 인터뷰에서 "공격 당시 최대 80명의 직원과 손님이 있었다"며 "식당 건물 잔해 아래 여전히 깔린 사람들이 많다"고 밝혔다. 이곳은 평소에도 민간인들로 붐비는 식당이었다고 한다. 인근 아파트 건물들도 크게 파손된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 전선에서 약 30㎞ 떨어진 크라마토르스크는 우크라이나가 통제하는 거점 도시 중 한 곳이다. 러시아군이 지난해 연말부터 바흐무트 공략 이후 이곳으로 진군하기 위해 군사 작전을 벌이는 등 주요 요충지로도 꼽힌다. 지난해 4월 미사일 공격을 받아 60명이 숨지기도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크게 분노했다. 그는 "러시아의 살인자와 테러리스트들이 정의의 심판대에 서야 한다는 게 또다시 입증됐다"며 이번 미사일 공격을 강력히 비난했다. 미국 백악관도 이날 러시아의 '잔인한 공격'이라며 비판 성명을 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벨라루스 내 핵무기 배치' 대응을 위한 외교전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은 "러시아의 핵무기 대부분이 벨라루스에 반입됐다"고 밝혔는데, 이는 당초 예상 시점(7월 7, 8일)보다 열흘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이와 관련, 우크라이나 외교 당국은 다음 달 전쟁 종식을 위한 공식 평화회담 개최 방안을 미국과 독일, 브라질, 인도 측과 논의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평화협상의 첫 번째 조건으로 '핵무기 안전 보장'을 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