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한국 영화의 열성 팬이었지만 한국 방문은 처음입니다. 남은 기간 동안 한국을 잘 탐색해 볼 생각입니다.”
공포 영화 ‘유전’(2018)과 ‘미드소마’(2019)로 잘 알려진 미국 감독 아리 에스터(37)가 신작 ‘보 이즈 어프레이드’ 개봉(7월 6일)을 앞두고 한국을 찾았다. 그는 27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 극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 영화와 자신의 영화 세계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중년남자 보(호아킨 피닉스)가 어머니가 갑작스레 숨졌다는 소식을 들은 후 겪게 되는 기이한 모험을 그리고 있다. 공포와 유머를 뒤섞어 모성애와 가족의 본질을 파헤치려 한다. 전통적인 공포 영화 규칙을 거부해온 에스터 감독의 특기가 잘 반영돼 있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29일 오후 개막하는 제2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막작이기도 하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에스터 감독이 오래전부터 마음에 품어둔 영화다. 그는 ‘12년 전 처음 시나리오를 썼다가 영화화가 안 됐던 내용”이라며 “오랜 친구들이 이 영화를 보면 제가 바로 떠오른다고 할 정도로 저 자신이 많이 담긴 영화”라고 소개했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는 감독의 전작들처럼 뒤틀린 가족관계를 소재로 삼았다. 에스터 감독은 “아무리 건전한 가족이라 해도 구성원 간 관계가 쉽지는 않기에 가족은 드라마의 원천”이라며 “이야기를 통해 가족을 한 겹씩 벗겨내면 관계의 본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에스터 감독은 한국 영화 마니아로 유명하다. 그는 이날도 한국 영화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선호하는 한국 영화를 묻자 그는 “김기영 감독을 굉장히 좋아한다”며 “이창동 감독의 대단한 팬이고, 봉준호 박찬욱 감독을 사랑하며, 홍상수 감독 영화를 보면 편안함과 위안을 얻는다”고 말했다. 그는 ‘장준환 나홍진 감독도 좋아하고 이외에도 더 많은데 바로 이름이 떠오르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는 한국 고전 영화 ‘오발탄’(1961)을 또렷한 한국어 발음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에스터 감독은 한국 영화의 매력을 “모험과 실험”으로 꼽았다. 그는 “최근 30년만 놓고 보면 모험적이고 실험적인 한국 영화가 많다”며 “봉준호, 나홍진 감독 등은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기존 장르를 해체하고 바꿔 놓는다”고 평가했다. 에스터 감독은 “이창동 감독의 영화들은 빼어난 문학 같고 인물이나 구조를 다루는 데 있어 깊이가 있다”며 “유머도 빼놓을 수 없는 한국 영화의 특징”이라고 했다. 그는 “장르의 규칙을 따르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내용을 자유롭게 말하면 된다는 걸 한국 영화로부터 배웠다”며 “한국 영화에 대해선 밤새도록 이야기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