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조사 SK하이닉스가 분기별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할 때까지 올해 임금 인상을 미루기로 했다. 반도체 시장의 침체로 오랜 적자 상태가 예상되면서 어려운 상황을 함께 극복하자는 노사 간 공감대가 만들어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27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하이닉스 노사는 26일 임금교섭을 진행해 올해 임금 인상률을 총 4.5%로 하되 분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서는 시점에 올해 1월부터의 임금 인상분을 소급해 지급하는 방안을 잠정 합의했다. 만약 분기 영업이익 흑자가 올해 달성되지 못하면 올해는 임금인상을 시행하지 않고 내년 흑자 확인 시점에 2023년 인상분을 지급하게 된다.
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이 하강기로 접어들면서 지난해 4분기부터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엔 SK그룹 편입 이후 가장 큰 3조4,000억 원대 영업 손실을 냈다. 증권가에선 반도체 시장의 수요·공급 불균형이 점차 해소되고 있지만 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하는 시점은 내년 2분기부터라고 보고 있다. 예측이 맞다면 올해 임금 인상은 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하이닉스 노사는 임금 교섭을 시작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이 같은 합의를 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새로운 형태의 윈윈 해법을 찾을 것"이라며 "상생과 신뢰의 강한 기업문화는 하이닉스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자 위기 극복의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반도체 제조사인 삼성전자 역시 반도체 부문 적자 여파로 인해 노사협의회와 올해 임금 인상률을 지난해(9%)보다 대폭 낮춘 평균 4.1%로 합의했다. 다만 전국삼성전자노조 등은 합의에 반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외 다른 부문 사업 비중도 크기 때문에 하이닉스와 단순 비교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