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무죄, 무죄, 그러나... "정말 '제2의 타다'로 사라지는 건가요?"

입력
2023.06.28 15:30
24면
‘로톡’ 공동 창업자 김본환-정재성의 절규 
법률정보 극심한 비대칭 해소, 의기투합 
변호사∙의뢰인 다 원하는데, 변협만 반대 
지켜줘야 할 정부는 결론 차일피일 늦춰 
스타트업의 생명 ‘시간’ 쏜살같이 흘러가


‘집안에 판검사나 변호사 한두 명쯤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법적 도움이 필요한 절박한 일을 겪어보면 안다. 어르신들이 왜 입버릇처럼 그런 말을 되뇌었는지. 변호사가 3만 명이 넘는다지만 주변에 알고 지내는 변호사가 한 명도 없는 이들이 4명 중 3명(73.4%∙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다. 뭐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다. 법률시장 정보는 비대칭, 그것도 아주 가파른 비대칭이다.

로앤컴퍼니가 2014년 내놓은 ‘로톡’은 변화를 몰고 왔다. 한두 명 변호사 접근도 어려운 마당에 수천 명 변호사를 접할 수 있는 커다란 광장을 열었다. 굳이 변호사 사무실을 찾지 않고 회사 업무를 보다 잠시 짬을 내 10여 분 전화 상담도 가능했다. 한없이 높기만 했던 변호사 문턱은 확 낮아졌다. 두 차례 로톡 상담을 받았다는 직장인 권모(39)씨는 “법의 도움이 필요한데도 막상 비용과 시간이 부담돼서 포기했던 것들을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상담받을 수 있더라”고 했다.

변호사들, 특히 젊은 변호사들도 환호했다. 선배 변호사들은 지연, 학연 등 네트워크로 서로서로 밀고 당겨줬다. 동문회, 향우회 등을 다니며 자신을 알렸다. MZ 변호사들은 그런 기회가 많지 않고, 또 싫었다. 로톡은 그런 인맥 없이도 수백만 의뢰인들과 만날 수 있는 거대한 네트워크가 돼줬다.

85개월 매출 연속 상승, 등록 변호사 수 4,000명 돌파 등 승승장구하던 로톡의 발목을 잡은 건 변호사 단체, 대한변호사협회(변협)다. 출시 이듬해부터 변호사법을 위반했다며 검찰에 고발하더니, 2021년에는 아예 광고규정을 바꿔 변호사들의 로톡 광고를 금지했다. 법무부에서 징계권을 위임받은 변협은 이 규정을 내세워 지금까지 120명이 넘는 변호사를 징계했다.

등록 변호사는 절반 밑으로 줄었고, 매출은 급전직하했다. 해당 변호사들이 징계가 부당하다며 이의신청을 했지만, 법무부는 차일피일 결정을 미루고 있다. 스타트업의 생명인 ‘시간’은 그렇게 쏜살같이 흐르고 있다.

얼마 전 대법원에서 여객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타다’ 경영진에 대해 4년 만에 무죄를 확정했다. 남은 건 상처뿐이었다. 1심 무죄 판결 직후 국회는 ‘타다금지법’을 만들었다. 무죄임에도 다시 서비스를 시작할 수가 없다. 로톡이 처한 현실과 꼭 닮았다. 사람들은 ‘제2의 타다’를 말한다. 로앤컴퍼니의 공동창업자, 김본환(41) 대표와 정재성(40) 부대표를 지난 19일 서울 강남 사옥에서 만났다.


로톡이 필요한 이유

- 두 사람이 어떻게 뜻을 같이했는지부터 들어보자.

김 = “대학 연합 학회에서 회장과 부회장이었다. 내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입학이 확정됐을 무렵이던 2012년, 컨설팅회사인 맥킨지에 다니고 있던 정재성 부대표에게 창업 제안을 했다. 아이템은 없었다. 사람이 더 중요했다. 그렇게 4명을 꾸렸다.”

- 허름한 창고나 주차장에서 의기투합했다는 여느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스토리와 비슷해 보인다.

김 =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매주 일요일 오전 7시 서울 논현동 커피숍에 4명의 공동창업자가 모였다. 매주 각자 2개의 새로운 아이템을 준비했다. 본인 아이템을 발표하고, 질문하고, 또 질문하고 그렇게 8주를 했다.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것이 ‘로톡’이다.” (다른 두 명의 공동창업자는 2016년 로앤컴퍼니를 떠났고, 현재 두 사람만 회사를 지키고 있다.)

-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왜 로톡, 왜 변호사플랫폼이 필요한가.

정 = “플랫폼 경제는 우리 사회 곳곳에 진출해 있다. 숙박시설, 금융, 여행, 문화, 음식점, 심지어 미용실까지. 소비자들에게 문턱이 훨씬 높은 법률시장은 플랫폼이 더 필요하다고 봤다.”

김 = “첫 아이디어를 내가 냈다. 선배 변호사들의 얘기가 귀에 꽂혔다. 이러다가 대형 포털 배만 불려주고 다 죽겠다고 했다. 마케팅비만 늘고, 정작 의뢰인 만나기는 너무 힘들다는 얘기였다. 걸려오는 전화, 찾아오는 사람만 기다릴 수밖에 없는데 로톡을 통한다면 자신의 장점을 마음껏 홍보할 수 있다. 의뢰인만이 아니라 변호사에게도 꼭 필요한 서비스다.”

- 그런데 변협은 로톡이 변호사들의 공공성을 해친다고 한다. 심지어 “선비만으로 구성된 법률시장에 상인이 무도하게 뛰어들었다”고까지 한다.

김 = “공급자 위주의 사고방식이다. 소비자는 재화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투명한 정보가 필요하다. 정보는 제대로 제공하지 않으면서 선택을 강요하는 게 말이 되나.”

정말 혁신일까


로톡의 출발점은 리걸테크(법+기술)다. 법률시장의 혁신을 지향한다. 하지만 혁신의 경계선은 늘 모호하다. ‘타다’가 그랬고, ‘로톡’도 그렇다. 한쪽에서 “이게 무슨 혁신이냐”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온다. 심지어 ‘빅테크’ 최고경영자(CEO) 간에도 이런 공방을 한다. 최근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팀 쿡 애플 CEO가 내놓은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를 두고 “값만 비싸고 혁신은 없다”고 일격을 가했다. 그렇다면 로톡은 정말 혁신 서비스일까.


- 변협이 로톡 규제 이후 ‘나의 변호사’라는 자체 플랫폼을 만들었다. “우리도 만들 수 있는데 이게 무슨 테크이고 혁신이냐”고 주장한다.

정 = “더 많은 법률 플랫폼이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한다고 본다. 변협이 플랫폼을 독점하면 편익 증진 노력을 하겠나. 외주를 맡겨 홈페이지를 만드는 정도는 누구나 한다. 두 플랫폼을 비교해 보면 차이를 확실히 알 것이다.”

- 어떤 부분에서 혁신이라고 자신하는가.

정 = “국어사전에서 혁신을 묵은 풍속과 관습 따위를 완전히 바꿔서 새롭게 하는 것으로 정의하더라. 로톡 이전 깜깜이였던 법률시장이 공급자와 소비자가 양방향 소통하는 시장으로 완전히 바뀌었다. 이게 혁신 아니면 뭐가 혁신인가.”

- '타다’가 최종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면허제로 운영되던 기존 택시업계에 무임승차하는 것 아니냐는 공정성 논란도 있었다. 혁신이라는 이유로 불공정까지 용인되지는 않을 텐데.

김 = “개인택시는 수천만 원에 달하는 면허를 돈 주고 사야 사업할 수 있는데, 타다는 면허를 사지 않고서도 사실상 택시 서비스를 한다고 해서 공정성 논란이 일었던 것 아닌가. 로톡은 변호사를 단 한 명도 배출하지 않는다. 단지 변호사가 비즈니스를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불공정은 단연코 없다.”

벌써 9년, 끝나지 않은 싸움


김 대표는 로톡 서비스를 만들기로 의기투합한 날, 변호사법 제34조와 제109조를 인쇄해서 모든 직원 책상에 붙였다고 한다. 변호사가 아닌 자의 알선 행위를 금지하는 조항(34조)과 그에 따른 벌칙 조항(109조)이다. 직원들에게 두 조문을 달달 외우게 했다. 향후 로톡 서비스를 논의할 때 이 조항에 위배되는 얘기는 절대 하지 말라고 몇 차례 다짐을 받았다. 변호사법 관련 과거 판례나 유권해석 등도 모두 분석했다. 그렇게 돌다리 두드리듯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고 한다. 정 부대표는 “변협이 이미 세 차례 검찰에 고발했지만 무죄, 무죄, 또 무죄였다”고 했다.


- 그런데도 변협은 여전히 법에 위배된다고 한다.

정 = “우리는 안 되는 걸 되게 해 달라는 게 아니다. 원래 되는 걸 안 되게 하는 (변협의) 행위를 막아달라는 것이다. 이건 로톡을 괴롭히는 게 아니라 로톡 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들을 괴롭히는 것이다. 리걸테크의 첫걸음을 막는 것이다.”

김 = “기존 대형 포털이 해오던 것보다 훨씬 더 보수적으로 변호사법을 지키는 서비스를 운영했다. 그런데 법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하위의 내부규정을 새롭게 만들면서까지 악착같이 막고 있는 거다.”

- 로톡이 직접 플레이어로 나서면 ‘불법 온라인 사무장’ 역할을 하는 것 아닌가. 변협은 플레이어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정 = “로톡은 상담비를 단 1원도 가져가지 않는다. 변호사들에게 받는 광고비가 수입의 전부다. 변호사들이 올리는 정보를 통해 의뢰인들이 능동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줄 뿐이다. 이게 불법이면 변호사들에게 키워드 검색 광고비를 받는 포털도 불법이다.”

- 민간 플랫폼의 독점 폐해에 대한 우려는 분명히 있다. 플랫폼 의존도를 높여 놓고 가격을 슬그머니 올리는 경험을 많이 하지 않았나.

김 = “변호사 광고시장은 현재 네이버 등 포털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미래의 독점을 가정하고 초기 스타트업을 규제하면, 오히려 1위 포털의 독점만 더 굳건하게 만들어 주는 것 아니겠나.”

골든타임이 지나고 있다

기자가 찾은 로앤컴퍼니 강남 사옥은 스타트업 특유의 발랄함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창의 변화 실행 혁신 등의 문패가 붙은 각각의 미팅룸은 저마다의 개성이 도드라졌고, 여느 북카페 못지않은 라운지는 직원들의 힐링 공간으로 부족함이 없었다. 이런 사무실이라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샘솟듯 하겠다 싶었다.

하지만 알려졌듯, 회사는 곧 이 사옥을 떠난다. 작년 6월 확장 이전한 지 1년이 겨우 지났을 뿐이다. 언제 끝날지 모를 싸움에 몸집을 줄여 대비하기 위해서다. 조그만 사무실을 얻어 옮기고 직원들은 대부분 재택으로 전환한다. 100명에 달하던 직원도 절반 가까이 줄였다.


- 변협에서 징계를 받은 변호사들의 이의 신청 결론을 법무부가 차일피일 늦추고 있다. 이미 3월에 끝냈어야 하는데 3개월 연기하더니, 또다시 7월에야 심의 기일을 잡았다고 한다.

정 = “스타트업은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다. 우리가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동안 해외 리걸테크는 저만치 나아간다. 정부의 빠른 의사결정이 너무 간절하다.”

김 =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도 로톡 손을 들어주긴 했지만, 과거 처분 중에서 느린 걸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힌다고 들었다.”

- 금전적 손실도 상당하겠다.

김 = “우리는 싸움을 하기 위해 모인 조직이 아니다. 비즈니스를 하기 위한 조직이다. 매출은 줄고, 법률비용은 늘어나니 손실이 큰 건 당연하다. 계산 가능한 손실만 100억 원 이상이다. 기업가치 하락은 수치화하기 어려운 간접 손실이다. 주주 피해는 누가 보상해 줄 것인가.”

- 법무부가 징계 취소 결정을 내리면 모든 족쇄는 풀리는 건가.

김 = “이론적으로만 보자면, 변협이 다시 광고규정을 바꿔서 괴롭힐 수도 있기는 하다.”

정 = “수사기관과 공정위에 이어 법무부까지 같은 판단을 하는 거다. 그렇다면 설마 변협이 또다시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 족쇄를 채우기는 어렵지 않겠는가.”

두 사람의 답변에는 변협의 집요한 발목 잡기에 대한 체념, 혹은 두려움이 묻어났다. 정말 이 싸움이 끝날 수 있을지 자신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래서 국회에서 논의되기 시작한 변호사법 개정안에 대한 기대가 크다. 변호사 광고에 대한 규제 권한을 변협이 아닌 대통령령에 부여하는 게 골자다. 변호사 업계를 대변하는 이익단체가 규제 권한을 쥐고 있어 새로운 리걸테크 기업의 시장 진출을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의원들이 꽤나 적극적이라고는 하는데, 율사 출신들이 대거 포진한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일이다.

로톡의 미래, 리걸테크의 미래


변협이 이익을 대변해줘야 할 소속 변호사 상당수는 로톡 같은 플랫폼을 원한다. 서울 서초동에서 개업 4년 차인 변호사(38)는 “전관 출신도 아니고 사무장도 없이 혼자 사무실을 꾸려가는 변호사들에게 로톡은 더없이 좋은 수임 창구”라며 “개인 홈페이지 만드는 수준의 비용으로 홍보를 할 수 있다”고 했다. 로톡 광고로 징계를 받은 인천의 형사사건 담당 변호사(36)는 “변협은 변호사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단체인데 로톡 탈퇴를 강요하고 징계하는 건 누굴 위한 것이냐”고 되물었다.


- 로톡이, 또 리걸테크가 성장하려면 변협과의 공생이 필요하지 않겠나.

김 = “너무 바라는 바다. 일본에 로톡과 유사한 벤고시닷컴이 생겼을 무렵, 일본 변호사협회는 새로운 서비스를 어떻게 잘 정착시킬 수 있을지 논의했다고 한다. 당시 회의록이 수백 페이지에 달한다.”

정 = “리걸테크가 가장 발전한 미국의 변호사협회(ABA)는 매년 리걸테크쇼를 개최한다. 올해로 37년째다. 업무 생산성을 높여서 더 빠르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취지다. 심지어 미국 로펌에는 다양한 솔루션을 사용해보고 선택하는 팀이 별도로 있다고 한다.”

- 리걸테크의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 로톡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정 = “변호사 검색은 첫걸음일 뿐이다. 뻗어 나갈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해외에서는 형량예측 서비스나 법률정보 검색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판례 분석 등 애널리틱스 영역이나 리서치 영역 등에서 변호사들의 업무 생산성을 크게 높일 것이다. 국민들도 그만큼 더 많은 법률 조력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김 대표는 “모두가 다 합법이라고 하는데, 변협 집행부 몇몇만 불법이라고 우기는 상황에서 작은 스타트업이 고사 직전”이라며 “국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된다면 사라지기 전에 구제를 해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정 부대표는 “로톡 서비스를 호응해주는 분들이 직접 보내주시는 이메일 등을 보며 진짜 세상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보람을 느낀다”며 “그 힘으로 버티고 있다”고 했다. 혁신의 길을 터줄지 아니면 ‘제2의 타다’를 만들지, 이제 정부가 답할 차례다.

이영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