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익명 출산을 보장하는 '보호출산제'와 관련, '아동의 알 권리가 침해될 수 있다'는 그간의 우려를 반영한 법안을 국회에 제시했다. "출생통보제의 단점 보완을 위해 보호출산제 병행이 필수"라는 정부·여당과 "보호출산제는 영·유아 유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야당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이견을 좁히고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본보 취재 결과, 보건복지부는 이날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에서 '자녀의 출생증서 열람 청구 조건 완화' 내용을 담은 보호출산제 수정안을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호출산제는 임신부가 신원 노출 없이 아이를 낳은 뒤 지방자치단체에 아이를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최근 '미등록 아동'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주목받고 있다.
미등록 아동을 방지하기 위한 또 다른 방안으로는 의료기관에서 출생할 경우 관련 정보를 지자체에 자동 통보하는 '출생통보제'가 있다. 다만 신상 노출을 꺼리는 임신부는 출생통보제를 피하려 위험하게 병원 밖 출산을 택할 수 있다. 보호출산제를 출생통보제와 함께 논의해온 것은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문제는 출생통보제와 달리, 보호출산제에 대해선 반대 목소리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양육 포기 조장'과 '아이의 알 권리 침해' 가능성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복지부의 수정안에는 이 중 '알 권리' 관련 보완책이 담겼다. 복지위에 계류 중인 기존 법안에 따르면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아이의 경우 성년에 도달해야만 자신의 출생증서 열람을 청구할 수 있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자신이 어떻게 태어났고 친부모는 누구인지에 대한 정보가 원천 차단되는 것이다.
반면 이번 수정안은 출생증서 열람 청구를 할 수 있는 자를 '성년에 도달한 자'에서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은 미성년자'까지 확대했다. 현행 입양특례법 등에서 출생·입양 정보 열람을 청구할 수 있는 기준과 같다.
아울러 산모와 아이 보호를 강화하기 위한 장치도 추가됐다. △지자체가 아이를 인도받는 과정에서 전문성을 기하기 위해 위기 산모 상담기관을 거치도록 하고 △모든 의료기관에서 보호출산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정부 수정안에 여야는 합의하지 못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산모 지원 환경 구축이 우선이다" "공청회를 통한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주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관련 질문에 "산모 신분을 보호한다고 영아 유기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전문가 반응도 많다"고 지적했다.
반면 보호출산제와 달리 출생통보제는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어 30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처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강기윤 소위 위원장(국민의힘 의원)은 "오늘 (처리)하려 했는데, 너무 급하게 다루게 돼서 그런 면이 있다"며 "사각지대에 있는데 (처리) 안 할 순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