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준비나 청소, 돌봄 같은 집안일의 대가가 임금으로 주어진다면 여성은 80세가 훌쩍 넘는 나이까지 돈을 버는 것으로 추산됐다. 남성의 경우 40대 후반만 되면 다시 가사노동의 수혜자로 돌아갔다.
27일 통계청이 공개한 ‘무급 가사노동 평가액의 세대 간 배분 심층분석’ 결과에 따르면, 가사노동 생산이 소비보다 많은 경우를 흑자, 반대를 적자로 개념화할 때 2019년 기준 생애주기상 흑자 기간이 여자는 25세부터 83세까지 59년, 남자는 31세부터 46세까지 16년이었다. 가사노동 소비자보다 생산자 역할을 떠맡는 햇수를 따질 때 여자가 남자의 3.7배나 되는 셈이다. 집안일은 여전히 여자가 도맡아 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생애에 걸쳐 한 사람의 가사노동 생산·소비 간 격차가 가장 큰 시기는 소비만 가능한 0세 때다. 적자폭이 3,638만 원에 달한다. 이후 돌봄 소비의 지속 감소와 15세 이후 집안일 생산 증가가 맞물리며 일반적으로 26세에 이르면 가사노동 수지 방향이 흑자로 바뀌고 갈수록 규모가 커지게 된다.
집안일 부담이 가장 큰 흑자 정점은 38세다. 남녀가 똑같다. 다만 액수 차이가 제법 난다. 여자는 1,848만 원, 남자는 259만 원이다. 평균하면 1,026만 원이 된다. 가사노동 생산액이 최대인 시기도 남녀가 30대 후반으로 대동소이한데 여자가 38세에 2,541만 원, 남자가 39세에 900만 원 상당을 각각 생산한다. 38세 이후 흑자 감소 추세는 남녀 마찬가지이지만 적자 구간 복귀 시점은 오히려 흑자 진입이 늦었던 남자(47세)가 여자(84세)보다 37년이나 빠르다.
연령계층별 총액을 보면 일을 하지 않는 보살핌 대상 유년층(0~14세)만 가사노동 적자다. 폭은 131조6,000억 원 규모로 계산됐다. 대부분의 집안일을 도맡는 노동연령층(15~64세)은 410조 원어치를 생산하고 281조9,000억 원을 소비해 128조1,000억 원 흑자를 기록했다. 노년층(65세 이상)도 생산(80조9,000억 원)이 소비(77조4,000억 원)보다 많아 3조5,000억 원 흑자였다. 노동연령층과 노년층의 흑자는 유년층의 적자를 빈틈없이 메웠다.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발생하는 가사 서비스는 총생산과 총소비가 같다.
노년층이 지는 가사 부담은 증가일로다. 1999년 12조1,320억 원이던 생산 규모가 20년 새 80조8,740억 원으로 6.7배가 됐고, 같은 기간 비중 역시 8.4%에서 16.5%로 8.1%포인트 커져 두 배 수준에 육박했다.
이번 분석의 토대는 ‘국민시간이전계정(NTTA)’ 통계다. NTTA 통계는 국민계정(GDP) 생산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무급 가사노동의 생산과 소비, 이전이 연령별과 성별로 어떻게 분포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개발됐다. 가사노동 가치는 대체 가능한 직종의 시장 임금을 노동 시간에 적용해 산출했다. 예컨대 청소는 환경미화원 임금으로 값을 매기는 식이다. 통계청은 “이번 분석이 저출생·고령화 정책 수립의 근거 자료로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