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전 특검 영장청구···뭉개진 ‘50억 클럽’ 수사 성과 내야

입력
2023.06.2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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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검찰이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에 연루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관련 의혹이 불거진 후 1년 9개월 만이다. ‘50억 클럽’은 대장동 비리 의혹의 중요한 축이었으나 검찰이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줄곧 받아왔다. 나머지 비리 의혹 대상자에 대해서도 하루빨리 성의 있는 수사를 진행해 성과를 내야 한다.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2014, 2015년 김만배씨 등이 대장동 개발 컨소시엄을 구성할 당시, 박 전 특검은 우리은행 컨소시엄 참여 등의 대가로 258억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하거나 약속받은 혐의를 받는다. 박 전 특검은 당시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신분이었다. 또 박 전 특검이 2014년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에 출마할 때 대장동 개발 민간 사업자인 남욱 변호사 등으로부터 3억 원의 선거자금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50억 클럽’ 의혹이 처음 제기된 건 2021년 9월이었다. 대장동 비리 연루자인 회계사 정영학씨의 메모에서 6명의 실명이 거론됐는데, 이 중 5명이 고위 판검사 출신이라 사실상 ‘법조비리’로 볼 수 있다. 5명 중 검사 출신인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만 기소됐으나, 그의 아들이 대장동 일당에게서 퇴직금 명목으로 받은 50억 원은 뇌물죄 무죄가 선고돼 후폭풍이 거셌고 이후 검찰은 보강수사에 나서야 했다.

대장동 개발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와 비교해, 50억 클럽 수사는 부실하거나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을 검찰은 거듭 새겨야 한다. 지난 3월 야당에 의해 ‘50억 클럽 특검법’이 상정된 후에야 검찰이 관련 압수수색에 나선 것도 공교로운 행보였다.

‘50억 클럽’ 의혹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고위 법조계 인사들이 이권의 뒤를 봐주며 크게 한몫을 챙기거나 약속받은 심각한 형태의 권력형 비리이다. 검찰이 자기 치부를 감추기 위해 이런 법조비리를 덮고 간다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이 그랬던 것처럼 검찰에 수치의 역사를 더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