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침대 산업을 이끌어 온 안유수 에이스침대 회장이 26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4세.
1930년 황해도 사리원에서 여섯 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고인은 1951년 6·25 한국 전쟁 중이던 당시 1·4 후퇴로 부모와 떨어진 채 혼자서 남한으로 내려왔다. 그가 침대를 처음 접한 것도 이때다. 고인은 부산의 한 미군 부대에서 잡역부로 일하던 중 미군 야전에서 서양 입식 생활의 문물인 침대를 처음 접했다.
고인은 서울로 올라와 방송국에 자재를 납품하며 가구점을 자주 드나들다가 침대가 없는 것을 보고 직접 침대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나이 29세에 1963년 서울 성동구 금호동에 '에이스침대 공업사'를 설립하는 것을 시작으로 침대 매트리스 스프링부터 프레임까지 모두 직접 개발했다.
1975년 금호동 공장이 전기 누전으로 잿더미가 되면서 한 차례 고비를 맞지만 고인은 이 시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았다. 1976년 성수동으로 공장을 옮긴 후 1977년 에이스침대 공업사를 주식회사로 전환해 지금의 에이스침대를 만들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과학입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오늘날 에이스침대만의 기술력과 '최고의 침대를 만들겠다'는 경영 철학을 소비자들에게 훌륭하게 각인시켰다.
고인은 1999년부터 25년 동안 매해 명절마다 불우한 이웃에게 약 32억 원 상당의 백미를 기부해 왔다. 소방관 처우 개선을 위해 다섯 차례에 걸쳐 15억 원을 기부하고 독거노인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는 등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실천해 왔다.
자녀는 2남 1녀로 장남이 안성호 에이스침대 대표, 차남이 안정호 시몬스침대 대표다. 고인은 지난달 딸 안명숙씨에게 에이스침대 지분 5%를 증여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7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30일 오전 8시다. 장지는 경기 용인시 선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