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전반에서 대한민국 위상이 높아지면 북한 군사 도발을 저지할 수 있다는 게 윤석열 대통령의 생각이다.”
석동현(63)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사무처장은 23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더 넓은 시각으로 통일 의제를 다뤄야 한다는 게 윤석열 정부의 입장”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석 사무처장은 윤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 동기이자 검찰에서 함께 일한 40년지기다. 지난 대선에선 윤 대통령의 상임대외협력특보로 활동했고, 지난해 10월 민주평통 사무처장에 임명됐다. 윤 대통령 베트남 국빈방문(22~24일)에 동행한 그를 만나 통일과 이민 정책에 대한 윤심(尹心)을 들어봤다.
석 사무처장이 꼽은 윤석열 정부 통일·대북 정책의 핵심은 ‘소프트파워’와 ‘힘이 바탕이 된 대화’다. 그는 “윤 대통령은 통일과 북한 문제를 정치·군사·외교·안보 문제만으로 규정하고 접근하면 안 된다고 본다"며 "과학기술, 문화예술, 체육 등 분야에서 한국이 성장해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호적 인식이 커지면 통일을 앞당기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는 게 윤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소프트파워를 통해 국가경쟁력이 커지면 각국이 한국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바탕으로 북한 압박 효과도 노릴 수 있다는 의미다.
윤석열 정부가 대북 강경책을 펴지만 북한과 교류를 재개할 의지도 있다고 석 사무처장은 말했다. 그는 “국제사회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이뤄야만 경제지원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우리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나 대화 재개를 위한 작은 조짐만 보여도 단계별로 상응하는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석 사무처장은 짚었다. 상당수 아세안 회원국이 남북한과 동시 수교하고 있는 만큼 담대한 구상이 실행 가능해질 때 북한을 설득하고 대화 테이블로 끌어오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다만 북한과의 대화를 당장 언급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윤석열 정부의 강경한 대북 정책이 북한의 무력 도발을 부추긴다는 야권 등의 시각에 대해 석 사무처장은 “상대가 미사일을 쏘아대는 상황에서 전임 문재인 정부처럼 유화적 조치만 취할 수는 없다”며 “평화를 지키기 위해선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대한 분명한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석 사무처장은 법무부 출입국·외국인 정책본부장 등을 지낸 이민 정책 전문가다. 이민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이민청이 설립될 경우 초대 이민청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한다. 그는 이민청이 설치되면 지리적으로 가깝고 저개발·개발도상국이 많은 동남아시아 지역 사람들이 1차적 이민 검토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코리안드림을 안고 가족 단위로 한국을 찾는 이민자를 무분별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복지 지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면서다.
석 사무처장은 대안으로 ‘유학생 유치’를 꼽았다. 동남아 등에서 청년들을 받아들여 정규 교육을 받게 한 뒤 한국사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상태에서 이민 문호를 열어 주자는 의미다. 그는 “이민 정책을 설계할 땐 정교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유학생들이 졸업 후 한국인과 결혼하거나 본국 가족을 데리고 올 수 있게 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