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급락세, 구두개입에 일단 주춤...일본 재무성 "실제 개입 배제 안해"

입력
2023.06.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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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차례 금리인상 시사 영향
재무성 간다 마사토 재무관,
"엔화 약세 급속하고 일방적"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전망으로 촉발된 급격한 '엔저(엔화 가치 하락)'에 26일 일본 재무성이 구두 개입으로 견제구를 던졌다. 엔화 급락세는 일단 주춤했지만 글로벌 투기 자금의 엔화 매도세가 강해 엔화 약세는 언제든지 재개될 수 있다. 일본 중앙은행이 완화 정책을 일부 수정할지 여부가 환율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간다 마사토 재무성 재무관은 26일 오전 외환시장 개장 시간에 맞춰 기자들과 만나 "(외환시장의) 최근 움직임은 급속하고 일방적"이라고 했다. 그는 "큰 긴장감을 갖고 주시하겠다"며 "과도한 환율 움직임에 대해서는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정부가 외환시장에서 엔화를 직접 매수하는 시장 개입을 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어떤 옵션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간다 재무관의 구두 개입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이 연내 2차례 금리 인상을 시사한 후 영국, 스위스, 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들의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엔화 가치가 급락한 데 따른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BC)과 스웨덴,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중앙은행도 잇따라 금리 인상을 결정하는 등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 경쟁이라도 하는 듯한 장면이 연출됐다. 반면 일본은행은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엔화 가치가 급락했다.

26일 오전 한때 달러당 143.7엔 부근까지 하락했던 엔화는 구두 개입 후 하락세가 주춤해져 이날 오후 달러당 143.3~143.4엔대를 오갔다. 하지만 엔화 하락을 기대하는 투기자금 규모가 커서 하락세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상당하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통화선물시장 통계를 보면, 헤지펀드 등 투기세력의 엔화 매도포지션(선물결제) 규모가 엔화가 역사적 저점(달러당 150엔대)이었던 지난해 10월보다 크다.

일본은행이 금융완화 정책을 수정한다면 이런 분위기가 뒤집힐 수 있다. 26일 일본은행은 지난 15,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나온 정책위원들의 의견을 공개했는데,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인) 장단기 금리조작을 조속한 시일 내에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 장단기 금리조작이란 10년물 국채의 시장 금리가 오르면 일본은행이 국채를 무제한 사들여 금리를 일정 수준에 묶어두는 것으로, 채권 시장을 왜곡시키는 것이 부작용으로 지적돼 왔다. 일본은행이 장단기 금리조작 재검토에 나선다면 완화 정책의 출구를 찾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엔화가 순식간에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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