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희생된 우주인들

입력
2023.06.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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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0 소유즈 11호

1969년 미국 유인우주선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으로 우주개발 경쟁에서 역전당한 구소련은 1971년 4월 19일 우주정거장 ‘살류트 1호’로 다시 앞서기 시작했다. 200~220km 고도의 정지궤도에 인류 최초의 우주 전진기지를 구축한 것이었다. 나흘 뒤인 23일 살류트 1호 도킹을 위한 유인우주선 소유즈 10호는 설비 고장으로 수동 도킹을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다음 날 귀환했다. 6월 6일 발사된 소유즈 11호는 다음 날 도킹에 성공했다. 우주인이 머물며 임무를 수행하는 실질적인 우주정거장 시대를 연 것이었다. 소유즈 11호 선장 게오르기 도브로볼스키(Georgy Dobrovolsky) 등 우주인 3명은 23일간 살류트 1호에 머물며 달 관측 등 임무를 완수한 뒤 지구로 복귀했다.

유인 우주선은 통상 3개의 모듈, 즉 궤도 모듈과 서비스 모듈, 귀환용 재진입 모듈로 구성된다. 소유즈 11호도 마찬가지였다. 우주인들은 6월 30일 폭발성 볼트를 작동시켜 나머지 모듈을 분리한 뒤 대기권 재진입 압력 등을 견디도록 설계된 재진입 모듈로 옮겨 탔다. 하지만 지상 168km 지점에서 모듈 분리폭발을 하면서 밸브 일부가 손상돼 공기가 새기 시작했다. 우주인들은 누출 부위를 찾아 봉합을 시도했지만 불과 13초 만에 의식을 잃고 2분도 안돼 모두 숨졌다. 그들의 사망 사실은 우주선이 카자흐스탄에 자동 착륙한 뒤에야 지상승무원에 의해 확인됐다.

지구와 우주의 공식적인 경계선 즉 ‘카르만 라인(Karman Line)’은 지상 고도 100km다. 지상화재로 희생된 아폴로 1호 승무원들과 챌린저호 컬럼비아호 승무원들과 달리 카르만 라인 바깥, 즉 우주에서 숨진 지구인은 아직 소유즈 11호 승무원들이 유일하다. 그들의 희생 이후 미소 당국은 대기권 재진입 시 우주인들의 압력복 착용을 의무화했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