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산업혁명 이래 본격화한 세계 열강의 식민지 쟁탈전과 분할 통치는 2차 대전 직후 대부분 해소됐지만, 그 상흔은 ‘해외 영토’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세계 전역에 남아있다. 한때 세계 육지의 1/4 이상을 차지했던 영국은 아르헨티나와 전쟁까지 치르며 지켜낸 남미 포클랜드 제도 등 16곳(왕실 소유 3곳 포함)의 해외 영토를 보유한 국가다. 미국이 푸에르토리코와 괌 등 14곳으로 두 번째로 많고, 3위는 아프리카 기아나 등 13곳을 지닌 프랑스다.
해외 영토는 지정학적 가치와 인구 규모 등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비교적 폭넓은 자치권을 보장받고 있다. 그래서 식민지 시대와 달리 분리-독립을 위한 격렬한 저항은 드물다. 하지만 본국 정부의 부실한 지원, 즉 군사기지 등으로 영토를 이용하면서도 인프라, 경제적 지원 등은 차별하는 행태에 대한 해외 영토 주민들의 불만과 반발이 아예 없지는 않다. 예컨대 프랑스 의회 의석까지 보유한 뉴칼레도니아의 경우, 비록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되기는 했지만, 2021년 3번째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실시한 바 있다.
호주 동쪽, 뉴질랜드를 포함한 남태평양 1,000여 개 섬과 바다를 아우르는 ‘폴리네시아’란 명칭과 더러 혼동되는, ‘프랑스령 폴리네시아’는 인구 약 26만 명 규모의 프랑스 해외 영토이자 자치공화국 국명이다. 타히티섬을 비롯한 120여 개 섬과 환초로 구성된 그 나라는 16세기 이래 유럽인의 통치를 받다가 마지막 황제인 포마레 5세가 1880년 6월 29일, 통치권을 이양하면서 프랑스 보호령이 됐다. 2차대전 직후 해외 영토로 위상이 바뀌며 주민 모두 프랑스 시민권을 부여받았고, 1984년 6월 29일 완전한 내부 자치권을 획득했다.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자치정부와 주민들은 6월 29일을 자치권 획득의 날로 자축하지만, 일부는 주권을 잃은 애도의 날로 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