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시 화양면 안포리 주민들의 숙원으로 추진된 태양광발전시설 건립이 지역구 기초의원의 저지로 무산된 가운데 오히려 해당 의원이 인근 화양면 일대 관광단지 조성에는 앞장서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여수시의회 박영평 의원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지역민들은 성명을 내고 더불어민주당에 진정서를 제출키로 해 결과가 주목된다.
26일 여수시 등에 따르면 안포리 어촌계 주민들은 최근 여수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들의 지역구 박영평 시의원을 겨냥해 “특정 관광업체를 비호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 주민들은 지난 2018년부터 이익공유형 태양광발전 사업을 추진 중이지만, 전체 주민 101명 가운데 4명이 반대하면서 주민 100% 동의가 필요하다는 '여수시 도시계획 조례' 탓의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이에 동의 요건을 90%로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조례안 개정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화양면이 지역구인 박 시의원이 반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주민들은 "청정 해역 보호라는 명분과 달리 박 의원은 특정 관광단지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화양면 나진리 51만㎡ 부지에는 호텔과 풀빌라, 루지를 비롯한 체험과 휴양을 테마로 한 복합 레저시설을 갖춘 2,300억 원 규모 관광단지인 챌린지파크를 조성 중이다. 안포리 태양광발전 단지와 챌린지파크는 직선으로 2km가량 떨어져 있다.
하지만 박 시의원이 당초 환경보호를 반대 이유로 내세웠던 것과 달리 최근 안포리 주민들과 간담회 자리에서 챌린지파크를 언급하면서 뒷말이 무성하다. 앞선 8일 주민 동의 요건 완화를 골자로 한 여수시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도 박 시의원은 "화양면 안포리 인근에 챌린지파크가 있어 장기적으로 관광개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라며 "특정 업체 특혜 시비뿐만 아니라 미관을 해치는 태양광 설치는 절대 불가하다”고 반대했다.
안포리 조례가 부결된 직후 박 시의원이 김회재 국회의원과 함께 챌린지파크를 찾아 업무보고를 들은 것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주민들이 이해관계 충돌 의혹을 제기한 배경이다. 안포리 주민들은 성명을 내고 “주민 전체의 이익이 아닌 특정 개발업체를 감싸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며 “민주당 중앙당과 전남도당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진정서를 제출하는 한편 전수조사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박 시의원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박 의원은 "현장 간담회 과정에 있었던 발언은 챌린지파크가 인근에 있고 돌산과 마주 보이는 화양면 안포리 일대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면 지역 경관을 해칠 수 있다고 얘기한 것이 전부"라며 "여수시민 전체 입장을 대변했을 뿐 특정 업체를 두둔해 반대하고 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민은 "지역구 시의원은 지역민의 대표자로서 공공의 이익을 우선해야 할 책임이 있다"면서 "자신을 뽑아준 지역민들의 요구는 외면하고 특정 업체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