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이어 4세대 나이스 혼란... 정교한 교육행정 절실하다

입력
2023.06.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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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교에서 학사∙교무 업무 등에 사용하는 나이스(NEIS∙교육행정정보시스템)의 새 시스템, ‘4세대 나이스’가 지난 21일 개통되자마자 ‘먹통’으로 학교 현장이 대혼란이다. 접속 불통은 물론 다른 학교의 시험 정답이 인쇄되는 황당한 오류로 일선 학교들은 기말고사 일정을 미루거나 단축 수업을 하고 있다. 교사들은 주말을 반납하고 시험 문제를 고쳐야 했다. 굳이 학기 중에, 그것도 기말고사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새 시스템을 개통하는 무리수를 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어느 시스템이나 개통 초기에는 크고 작은 오류가 있을 수 있다. 기업들도 충분한 베타서비스(시험 운영)를 거쳐 가급적 업무가 적은 시기에 새 시스템을 개통한다. 그런데 무려 2,824억 원을 투입해 개발한 전국 초중고교 교육행정을 담당하는 중요한 시스템을 교사 업무 부담이 가장 많은 학기말에 개통하는 것은 상식 밖이다. 교육부는 “9월 대입 수시전형이 시작돼 더 미룰 수 없었다”는데, 그렇다면 대입이 끝난 겨울방학을 활용했으면 될 일이다. 게다가 4월부터 시험 운영을 했다면서 이런 대형 오류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건 심각한 구멍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설문조사에서 교사의 97.1%가 개통시기가 부적절하다고 답했고, 94.5%는 현장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5개월 앞에 두고 난이도 논란을 부르더니, 학기 중에 새 시스템을 개통해 현장 혼선까지 키우는 건 너무 아마추어적이다. 교육 현장의 안정성을 위해서라도 좀 더 정교한 교육 행정이 절실하다. 더 이상의 오류가 없게 서둘러 시스템 안정부터 시키길 바란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제대로 짚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면 다 졸속”(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정부에서 중견기업 수주로 벌어진 예고된 사고”(국민의힘) 식으로 정치권이 ‘네 탓’ 공방만 벌일 문제가 아니다. 유사한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업자 선정부터 개발, 점검, 개통시기까지 꼼꼼히 따져보고 필요하면 책임을 묻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