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베트남에 5.2조 원 빌려준다... 대형 인프라 사업 '마중물'

입력
2023.06.23 15:30
정상회담 계기 경제협력 양해각서
고속철 등 韓 업체 진출 기반 확대

한국이 앞으로 7년간 베트남에 5조2,000억 원 규모의 정책 자금을 빌려준다. 고속철 등 베트남이 추진 중인 대형 기반시설(인프라) 사업에 한국 업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마중물’을 붓기 위해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현지시간) 한·베트남 정상회담이 열린 베트남 하노이에서 응웬 찌 중 베트남 기획투자부 장관과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및 경협증진자금(EDPF)을 통한 경제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에 서명했다. 이번 MOU 서명은 지난해 12월 한·베트남 정상회담 당시 체결된 양국 간 ‘금융협력 프레임워크’의 후속 조치다.

EDCF와 EDPF는 모두 개발도상국(개도국)의 경제·산업 발전을 돕기 위해 개도국 정부에 장기·저리로 빌려주는 자금이다. EDCF는 정부 출연금으로 조성된 기금이며, EDPF는 수출입은행이 시장에서 차입한 재원이 토대가 되고 정부 재원으로 이차 보전(대출 때 정책 금리와 시장 금리 간 차이를 정부가 메워 주는 것)하는 원조 자금이다.

복합 금융 방식으로 집행되는 이번 차관의 규모는 총 40억 달러에 이른다. 일단 기재부가 15억 달러인 기존 베트남 대상 EDCF 지원 한도를 20억 달러로 확대한다. 기간은 내년부터 2030년까지다. 이와 함께 올해부터 2030년까지 지원 한도를 20억 달러로 설정하는 양국 간 EDPF 협력 약정이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새로 체결됐다.

양국 간 이번 협약으로 마련되는 재원을 통해 우선 협력이 이뤄지는 분야는 교통과 보건, 기후변화 대응이다. 기재부 당국자는 “이번 복합 금융 MOU를 토대로 베트남 내 고속철·경전철·도시철도 등 고부가가치 대형 사업을 발굴해 우리 기업의 인프라 사업 진출 기반이 확대되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1992년 12월 수교 이후 30년간 꾸준히 확대돼 온 양국 경제 관계는 최근 더 빠른 속도로 긴밀해지고 있다. 미중 패권 각축과 이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다. 지난해 교역액(약 113조6,000억 원)이 최고 기록을 깨며 베트남이 일본을 제치고 중국, 미국에 이어 한국의 세 번째 교역국이 됐고,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 8,800여 곳이 현재 70만 명의 현지 인력을 고용 중이다.

세종=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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