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 든 3M, '발암 화학물질' 소송에 13조 원 내놓는다

입력
2023.06.2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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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수 오염" 주장한 상수도 업체들과 합의
"13년 걸쳐 13조 원+α 수질 복원에 투입"
관련 소송만 4000건... "2년 내 생산 중단"

글로벌 화학제조 기업인 3M이 미국 전역의 상수도 시스템에 13조 원 이상의 합의금을 지급하게 됐다. 발암성 물질을 만들어 팔면서 수질을 오염시키고 인체에도 해를 끼쳤다는 이유로 제기된 소송에서 3M이 거액의 보상금 지불 의사를 밝힌 것이다.

22일(현지시간) AP통신과 로이터통신,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날 3M은 미국의 상수도 공급업체들이 낸 소송과 관련해 103억 달러(약 13조4,000억 원) 규모의 합의금을 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상수도 업체들이 문제 삼은 건 3M이 생산해 온 과불화화합물(PFAS)이다.

PFAS는 자연에서 분해되지 않는 특성 탓에 '영원한 화학 물질'로 불리는 발암성 오염 물질이다. 각종 생활용품부터 자동차, 반도체 등 산업 전반에 광범위하게 사용돼 왔다. 하지만 암과 호르몬 기능 장애, 간 손상 등 인체에 문제를 일으키는 건 물론, 환경을 오염시키는 특성 때문에 각국에서 사용 규제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3M은 이 합의금을 앞으로 13년에 걸쳐 미국 전역의 상수도 수질 복원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3M 측 변호인은 "미 환경보호청(EPA)이 향후 3년간 요구할 (수질) 테스트에서 얼마나 많은 양의 PFAS를 탐지하는지에 따라 지급액이 최대 125억 달러(약 16조3,000억 원)에 이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3M은 PFAS 생산과 관련, 미국의 각 주(州) 및 지자체로부터 약 4,000건에 달하는 소송을 당했다. 플로리다주 스튜어트시의 경우, 2018년 "3M이 PFAS가 포함된 소방용 발포 약제를 만들어 팔아 지역 내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켰다"며 수질 복원을 위해 1억 달러(약 1,300억 원) 이상을 물어내라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3M은 PFAS 생산 중단을 요구하는 압력이 거세지자, 지난해 12월 "오는 2025년까지 PFAS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회사 측은 이번 합의와는 별개로, PFAS로 인한 오염에 대한 법적 책임까지 인정하지는 않았다. 상수도 업체 측 변호인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식수 관련 합의로 기업의 책임을 분명하게 밝혔다"며 "식수를 보호하고 수질 인프라를 개선하는 데 중요한 보상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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