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오면 바로 나가요" 역대급 장마·비싸진 전기요금에 제습기 불티

입력
2023.06.2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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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내내 비 온다" 입소문
일찍부터 제습기 수요 급증
'전기요금 폭탄' 우려에 '제습기+선풍기' 조합 찾기도


올여름 '슈퍼 엘리뇨'(해수면 온도의 3개월 이동 평균으로,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황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 영향으로 '역대급' 장마가 이어질 것이라는 소식에 제습기가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다.

23일 전자랜드가 1~18일 제습기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각각 2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7년 만에 제습기 신제품을 내놓은 SK매직의 경우 벌써 세 차례 품절 사태를 빚었다. LG전자는 5월부터 제습기 생산 라인을 풀가동하고 있다.

그동안 가전업체들은 여름철 계절 가전으로 에어컨을 주력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올해 에어컨 판매량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인 반면 제습기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전기 요금이 올 1, 2분기 연속으로 오르면서 장시간 에어컨을 가동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난해 6월 중부지역에 폭우가 내렸고, 올해는 7월 내내 비가 내릴 것이란 '장마 괴담'까지 확산하면서 서둘러 제습기를 찾는 분위기다.



전기요금 인상 부담에 저전력 내세워


각 사마다 저전력과 저소음, 이동 편의성을 강조하는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제습기 신제품에 사물인터넷(IoT) 서비스 '스마트싱스'를 추가해 AI 절약 모드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최대 소비전력의 20%까지 절약이 가능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또 이 제품은 저소음 모드를 지원해 도서관보다도 조용한 수준의 34데시벨(dB) 수준의 소음을 낸다.

LG전자의 2023년형 '휘센 듀얼 인버터 제습기'는 전력 1킬로와트시(kWh)당 3.2리터를 흡수해 동급 용량의 제습기 중 제습 효율이 가장 뛰어나다. 에너지 소비 효율도 1등급으로 매일 평균 5.7시간씩 '스마트 제습 모드'를 사용해도 월 전기료는 6,000원이면 충분하다.

SK매직은 기존 제품 대비 크기를 절반으로 줄여 공간 활용도를 높인 '초슬림 제습기'를 내놨다. 제습 용량은 13리터로 최대 62㎡까지 이용 가능하다. 두께는 22cm로 성인 남성 손 한 뼘 정도에 불과해 소파, 드레스룸 틈새 등 좁은 공간에도 설치가 가능하다.

코웨이는 제품 하나로 실내 공기 청정과 습도 조절이 한 번에 가능한 '듀얼클린 제습공기청정기'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사용자가 설정한 희망 습도에 맞춰 알아서 제습 기능이 구동돼 실내 공기를 쾌적하게 관리해 준다.

지난해 50만 대 수준이었던 국내 제습기 시장은 올해 60만 대를 훌쩍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가전제품 대비 홍보를 그렇게 하지 않아도 제습기는 제품이 들어오는 대로 나가고 있다"며 "에어컨을 방마다 켤 수 없는 만큼 제습기와 선풍기를 가동해 전기요금을 절약하려는 수요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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