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베테랑 중심타자 김현수(35)가 이례적이었던 ‘5월 슬럼프’를 극복하고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22일 현재 김현수는 타율 0.290(25위) OPS 0.755(27위) 등으로 타격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사실 이 순위도 한때 ‘타격 기계’로 불렸던 김현수의 성적이라고 하기엔 익숙하지 않다.
김현수는 4월까지만 해도 4할 타율을 유지하며 리그 타율 1위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5월 들어 타율 0.148, OPS는 0.380으로 곤두박질쳤다. 2006년 두산 육성 선수로 입단해 데뷔 18년 차를 맞는 김현수가 월별 타율(50타석 이상) 1할대에 머문 것은 2019년 9월(0.159)과 올해 5월 두 번뿐이다. 통산 타율이 0.315, 통산 OPS 0.883인 점을 고려하면 김현수 개인적으로는 야구 인생 최악의 슬럼프였다.
지난 2일 NC와의 3연전에서 무안타에 그친 뒤 5~8일까지 휴식일 포함 세 경기를 쉬었다. 이 기간 염경엽 LG감독은 부진한 김현수를 선발은 물론 대타로도 활용하지 않는 충격요법을 썼는데, 휴식 후 돌아온 9일 한화전부터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9일부터 최근 12경기(55타석) 성적만 보면 무려 20안타를 몰아치며 타율 0.426에 14타점 8득점을 쌓았다. 0.254까지 떨어졌던 시즌 타율도 어느새 0.290까지 회복했다.
무엇보다 타구 질이 좋아졌는데, 홈런 1개와 2루타 4개, 3루타 1개까지 장타가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15일 삼성전에서는 솔로홈런 포함 4출루 경기를 완성하며 우리가 알던 김현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또 13일 삼성전에서는 8회말 무사 1루에서 완벽한 희생번트를 댔는데, 이는 김현수 개인 통산 2호이자, 약 16년 만의 희생번트였다. 그리고 이 희생번트가 점수로 이어지면서 2-1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물론, 일주일 만에 타율을 4푼 가까이 끌어올렸지만 아직 LG 간판타자인 김현수란 이름엔 어울리지 않는다. 다만 휴식 후 출전한 12경기 중 7경기에서 멀티히트를 칠 정도로 몰아치기 시작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
올 시즌 우승을 목표로 하는 LG는 SSG와 반 경기 차 접전을 벌이며 조금씩 ‘2강’ 체제를 굳혀 가고 있다. 3위 NC와는 4경기 반 차다. 그런데 그동안 LG 타선을 이끌었던 문보경 홍창기 문성주 등이 동반 부진에 빠진 상태다. 김현수가 5월 부진을 씻고 3번 타순에서 중심을 잡아 준다면, LG는 시즌 초반 목표로 했던 우승에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