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의 대표적 정보기술(IT) 기업 화웨이(통신장비)와 알리바바(전자상거래)를 겨냥해 추가 제재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의 초점은 두 기업의 '클라우드 서비스 차단'에 맞춰져 있다. 대용량 정보 저장이 가능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이들 기업이 미국의 기밀과 기술을 유출하고 있다는 의심을 강하게 품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은 본토 코앞에 있는 쿠바에 건설된 중국의 도청 기지에 화웨이 등이 기술 지원을 하고 있다는 첩보도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중국 반도체 업체나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대한 고강도 제재가 시행되는 상황에서, '미국 안보 위협'이라는 딱지가 붙는 중국 기업이 앞으로도 늘어날 것으로 점쳐지는 대목이다. 최근 미중 간 고위급 대화 재개가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양국 간 갈등의 새 뇌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1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최근 화웨이와 알리바바의 미국 내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을 차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두 기업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운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 미 정부의 각종 기밀과 정보를 축적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구체적 제재 방안은 미 상무부와 국무부가 검토하고 있다.
미 의회에도 이 같은 정황은 포착된 상태다. 지난 4월 공화당 상원의원 9명은 "화웨이와 알리바바 등이 국가 안보를 심히 위협하고 있다. 이들 기업을 조사해서 처벌해야 한다"는 서한을 바이든 행정부에 보냈다고 NYT와 WSJ는 전했다. 이와 관련, 마크 워너 공화당 상원의원은 화웨이 등 제재를 가능케 할 근거 법안을 최근 상정했다.
화웨이는 2019년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시절에도 미국 내 휴대폰 밎 5세대 이동통신(5G) 사업에 대한 제재를 받았다. 그러나 화웨이는 현지 수출 업체를 통해 라이선스를 우회 발급받는 방식으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미국에 보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의 '화웨이 제재' 검토는 쿠바에 설치된 것으로 알려진 4곳의 중국 도청기지 이슈와도 맞물려 있을 공산이 크다. 미 정보당국은 "화웨이와 중국 통신회사 ZTE가 최근까지 쿠바 기지를 이용한 중국의 대미 정보 정찰의 기술을 계속 지원해 왔다"는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이크 갤러거(공화) 하원의원도 바이든 행정부에 화웨이 추가 제재를 촉구했다. '미국과 중국공산당 간 전략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그는 전날 "화웨이 등이 2000년대 이후 쿠바 정부에 통신 인프라 현대화 기술을 제공하는 동시에, (중국 정부의) 대미 정보 수집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미국 정부의 이 같은 기류가 실제로 현실화할 경우, 중국의 거센 반발을 부를 게 뻔하다는 점이다. 중국 측이 미국을 향해 '부당한 중국 기업 제재 해제'를 줄곧 요구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추가 제재를 가한다면 미중 간 대화 분위기에도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중국 기업에 대한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을 금지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엔 중국 기업 36곳을 수출통제 명단에 올렸다. 미 몬태나·유타·메릴랜드·사우스다코타의 주(州)정부도 정보 유출 위험성을 들어 틱톡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