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10)군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커야 할 생후 100일을 갓 넘겼을 때 오히려 체중이 줄어들었다. 당시 A군의 부모는 병원을 찾았지만 다양한 검사를 해도 정확한 병명을 알 수 없었고, 8개월 간 수많은 검사와 치료를 거치면서 A군은 호흡부전과 뼈가 변형되는 구루병 양상까지 보였다. 혈액검사에서 A군의 ALP 수치가 유독 낮은 점이 확인됐고, 이후 유전자 검사로 A군은 국내 첫 저인산효소증 환자가 됐다.
저인산효소증은 ALPL 유전자 돌연변이로 뼈 형성에 필수적인 효소인 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ALP)의 활성이 감소되면서 나타나는 골격계 대사성 질환이다. 30만 명당 1명에서만 발생될 정도로 극희소 질환일 뿐만 아니라 질환 인지도도 낮아 국내에서는 진단된 환자가 소수인 상황이다.
저인산효소증은 나이가 어릴 때 발병하면 예후(치료 경과)가 불량하다. 성장 지연은 물론, 폐가 잘 형성되지 않는 폐형성저하증, 호흡부전, 비정상적인 머리 모양을 일으키는 희소 질환인 두개골유합증 등 중증 증상을 동반해 사망할 위험이 높다.
어린이 저인산효소증 환자는 4명 중 3명은 5년 이내 사망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생후 6개월 전에 발병하면 1년 내 사망할 확률은 50%다.
생존해도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평생 보행장애, 잦은 골절, 심한 통증 등 심각한 증상을 겪어야 한다. 어린이 저인산효소증 환자 10명 중 4명(35.6%)은 골절을 겪으며, 심한 통증도 빈번히 나타난다.
또한 근육이 약해져 보행과 움직임이 어려워 휠체어ㆍ지팡이 같은 보조 보행 기구에 많이 의존하게 된다.
그런데도 다른 질환과 증상이 비슷해 진단이 상당히 늦어지고 있다. 1세 이하에 초기 증상이 발현된 환자는 진단까지 평균 8.4개월, 18세 이전에 초기 증상을 보인 성인 환자는 무려 24.5년이 걸린다.
저인산효소증은 △유치(乳齒)가 일찍 빠지는 치아 증상 △성장이 또래에 비해 느리거나, 골격 기형, 골감소증 같은 근골격계 증상 △호흡에 어려움을 겪는 호흡기 증상 △콩팥에 석회가 생기는 콩팥석회증이나 신부전, 비타민 B6 반응성 발작 같은 다양한 장기에서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특히 유치가 1년 이상 먼저 빠지는 증상은 5세 이하 환자의 99%에게서 발생한다.
‘유일한 어린이 저인산효소증 치료 전문가’인 조성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저인산효소증은 어릴수록 치명적인 질환이어서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한데, 질환 인지도가 낮아 제대로 진단되는 환자가 매우 적어 안타깝다”며 “자녀가 성장이 늦거나 뼈가 휘거나 유치가 유난히 일찍 빠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저인산효소증을 의심할 수 있기에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좋다”고 했다.
또한 의료진은 ALP가 낮은 환자에게 의심 증상이 있거나 나이에 맞는 ALP 기준을 참고해 진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행히 저인산효소증은 몇 가지 검사로 비교적 빠르게 확진할 수 있다. 근골격계나 치아 증상 등 임상적 반응과 함께 혈액검사에서 ALP 수치가 같은 연령대보다 낮고 PLP 수치가 높다면 저인산효소증으로 진단하며, ALPL 유전자 검사에서 돌연변이가 확인될 때 최종 진단한다.
이전에는 저인산효소증으로 진단돼도 치료제가 없어 인공호흡기ㆍ영양 치료 등의 보조적인 치료만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ALP 효소를 대체해 골무기질화를 돕는 유일한 치료제인 ‘아스포타제알파(제품명 스트렌식)’가 등장하면서 치료가 가능해졌다. 이 약으로 적절히 치료하면 환자 생존율을 1세까지 95%, 5세까지 82%로 개선할 수 있다. 골격 회복은 물론 정상적인 보행도 기대할 수 있다.
조성윤 교수는 “저인산효소증은 치료제가 있고 ALP 수치와 의심 증상이 생기면 비교적 쉽게 진단할 수 있지만, 질환 인지도가 낮아 제때 진단을 받지 못하는 환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치 조기 소실, 뼈 증상, 원인 미상의 호흡부전 등 임상적 증상을 있을 때, ALP 검사를 통해 빠르게 진단해 치료하면 예후가 좋아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