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현직 직원의 4촌 이내 친족이 선관위에 경력직으로 채용된 사례가 21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전·현직 고위급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일었던 11명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이번 선관위 자체 조사에서 선관위 직원 수십 명이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은 만큼, 감사원 감사 결과에선 그 규모가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허철훈 선관위 사무차장 겸 사무총장 직무대행은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경력채용에서 직원과 친척으로 확인된 게 몇 명이냐'는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21건"이라고 답했다. 허 사무차장은 구체적으로 부모 자녀 관계가 13건이고 △배우자 3건 △삼촌·사촌 3건 △형제·자매 2건이라고 말했다.
앞서 선관위는 고위급 간부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불거진 뒤 전·현직 직원 친족 관계 전반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다만 이번 조사는 '선관위 내 4촌 이내 친족 현황'만을 조사했을 뿐, 이들의 경력채용 과정에 문제가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않았다.
친족 채용 규모는 향후 감사원 감사 결과 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선관위 직원 25명은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아 이번 자체 전수조사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반면 감사원은 선관위 전 직원의 주민등록번호를 확보해 조사 중이다.
선관위 직원들의 '외유성 출장' 의혹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은 선관위가 다른 행정부 소속 기관들과 달리 해외 연수 보고서를 내부망에만 공개된다는 점을 지적하며 "출장 규정을 개정해서 '외유성 출장'이란 불명예, 오명을 근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허 사무차장은 "말씀하신 훈령 부분을 개정해 외부에 공개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여야는 이날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안'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특별법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 4당이 지난 4월 발의한 것으로, △독립적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 구성 △필요시 특조위 요청에 따른 특별검사 임명 등의 내용이 담겼다. 민주당은 전날 이태원 참사 특별법 추진을 당론으로 정하고,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는 안건을 처리하기로 했다.
국민의힘은 특조위 구성 절차와 권한 등을 문제 삼으며 민주당에 패스트트랙 지정 계획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행안위 여당 간사인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이 다수 의석을 앞세워서 국회 입법 권한을 남용하면서까지 재난을 정쟁화하려는 것"이라며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를 같은 선상에 놓고 특별법의 필요성을 논하는 것은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도 "특별법 제정 필요성이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거들었다.
반면 행안위 야당 간사인 강병원 민주당 의원은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나아갈 수 있는 상식 입법"이라며 "유가족들이 곡기를 끊어가면서 원통해하는데 그분들의 한을 풀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맞받았다. 이날 행안위에 상정된 특별법은 향후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