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의 이례적 공개 지목으로 ‘라면플레이션(라면+인플레이션·라면값 상승)’에 제동을 건 정부가 다음 타깃으로 ‘밀크플레이션(우유+인플레이션·원윳값 상승에 따른 유제품 및 유가공식품 가격 연쇄 상승)’을 겨냥하고 나섰다.
22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낙농진흥회(낙농 정책 지원을 위해 설립된 특별법상 기구) 이사 7명(진흥회 1명, 생산자 3명, 유업계 3명)으로 꾸려진 소위원회 내에서 9일부터 원유 가격 조정을 위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데 큰 폭 인상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우유 생산비가 워낙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사료와 에너지 비용 상승 영향이 컸다.
이에 따라 현재 리터(L)당 996원인 원윳값은 적어도 1,065원, 최고 1,100원이 될 전망이다. 그나마 작년 정부 주도로 시장 상황이 반영되게끔 바뀐 가격 결정 방식이 아니었으면 원윳값이 L당 1,123원에 이를 뻔했다는 게 정부 얘기다. 오른 가격은 8월부터 적용된다.
여파가 없을 수 없다. 당장 지금 2,900원 수준인 1L짜리 우유 한 팩 소비자 가격이 3,000원대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다. 우유가 들어가는 식품이 치즈나 버터 같은 유가공품부터 아이스크림과 빵, 과자, 커피까지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파생 효과에 따른 ‘밀크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는 배경이다. 더욱이 식품 가격이 오르면 외식 물가도 얼마간 덩달아 뛰는 게 자연스럽다.
여전히 물가 안정이 급선무인 정부가 이를 좌시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걸핏하면 가격 결정에 개입할 경우 친시장·친기업 정부가 무색해진다. 부심한 끝에 짜낸 고육책이 전망처럼 기대를 포장해 짐짓 업계에 눈치를 주는 식의 우회 압박이다.
20, 21일 간담회와 설명자료로 농식품부가 거듭 공표한 입장은 우윳값 인상이 가공식품 가격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크지 않을 테니 안심하라는 것이다. 유가공품이나 아이스크림 말고는 우유를 많이 쓰는 식품이 별로 없는 데다 이미 수입산이 국산을 상당 부분 대체한 상태라는 게 근거였다.
그러나 아무 의도 없는 분석 같지는 않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유업계 관계자는 “자연치즈나 컵커피 카페라떼, 플레인 요거트 같은 제품에는 원유가 많이 들어갈 뿐 아니라 국산 비중이 절대적”이라며 “가뜩이나 흰 우유 수요가 줄어 연중 할인을 하는 판에 유가공품 가격 인상 요인 반영까지 정부가 막는 것은 지나치다”고 불평했다. 제빵업계 관계자도 “생크림 케이크 원료는 전부 국산”이라며 “영업이익률이 박한 식품업계에 정부까지 유독 야박하게 군다”고 토로했다.
최근 통계청이 공개한 지난달 물가 동향을 보면, 라면과 우유의 전년비 상승률은 13.1%, 9.1%로 각각 14년, 8년 9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라면의 경우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방송에서 밀값이 떨어졌으니 판매가도 내려가면 좋겠다고 포문을 연 뒤 한덕수 국무총리가 담합 가능성 언급 엄포로 거들고 소비자 단체까지 가세하자 업계가 급한 대로 할인 카드 먼저 내놓고 가격 인하 검토에 착수했다. “언젠가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으니 조삼모사”라는 게 업계 냉소지만 “분산은 물가 관리 기술 중 하나”라고 기재부 당국자는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