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창고에 사는 그들... 정말 지구는 유독가스로 가득 찼나

입력
2023.06.24 11:00
19면
애플TV플러스 드라마 '지하창고 사일로의 비밀'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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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미래. 인류는 거대 지하창고에 산다. 바깥세상은 지옥이나 다름없다. 유독가스가 가득 차 있을 정도로 황폐화돼 있다. 지하창고에서 엄격한 통제 속에 자급자족하며 살아야 한다. 가장 불경한 죄는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말하는 거다. 최고 형벌은 지하창고 밖 추방이다.

출산은 당연하게도 제한돼 있다. 허가를 받아야 임신 시도를 할 수 있다. 1년 동안 임신이 안 되면 기회를 놓친다. 평생 얻을 수 있는 임신 기회는 최대 3번. 아기를 무척 가지고 싶었던 여인 앨리슨(라쉬다 존스)이 임신 자체에 의문을 품으면서 지하창고 세계에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①바깥세상은 어떻길래

지하창고에서 유물 소지나 기록물 열람은 엄격히 금지돼 있다. 공동체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사람들은 왜 언제부터 지하창고에 살게 됐는지를 모른다. 그저 바깥세상은 위험하니 힘들어도 지하창고에서 살아야 된다고 믿는다. 선거로 선출되는 시장이 있으나 실권은 사법부가 쥐고 있다. 지하창고를 지탱하는 건 억압과 감시다.

앨리슨은 우연히 옛 기록물을 접하게 된다. 자신이 알고 있던 세상이 거대한 거짓말을 토대로 구성됐다고 믿게 된다. 임신을 둘러싼 의문까지 겹치며 그는 인생을 바꾸게 될 말을 입 밖에 내게 된다. 앨리슨의 남편은 신망받는 보안관 홀스턴(데이비드 오옐로워)이다. 홀스턴마저 앨리슨의 주장에 동조하며 지하창고는 혼돈에 빠질 위험에 처한다.


②그들은 왜 사람들을 가둬둘까

홀스턴은 자신의 후계자로 기계부 소속 줄리엣(레베카 퍼거슨)을 지명한다. 둘은 사전교감이 있다. 줄리엣은 저돌적인 인물이다. 자신의 연인이 의문사한 이유와 더불어 지하창고의 비밀을 캐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드라마는 줄리엣의 활약을 통해 지하창고를 실질적으로 누가 지배하고, 그들은 왜 사람들을 지하에 가둬두려 하는지 하나씩 밝혀낸다. 줄리엣이 비밀에 다가갈수록 권력을 쥔 이들의 행태는 난폭해지고, 이야기에는 스릴과 서스펜스가 끼어든다.


③폐쇄사회에 대한 신랄한 은유

드라마는 거대한 우화다. 북한이나 쿠바처럼 여전히 존재하는 폐쇄사회를 향한 비판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조작된 세계에서 조작된 사실을 믿는다. 하지만 당국이 아무리 통제하고 억압해도 진실을 숨길 수 없다고 드라마는 역설한다.

지하창고라는 공간과 줄리엣의 신분부터가 상징적이다. 지하창고는 층에 따라 사는 계급이 다르다. 하층부로 내려갈수록 육체노동에 의지하는 이들이나 우범자가 거주한다. 상층부 사람들은 하층부 주민을 무시한다. 하지만 하층부의 노동력 없이 상층부가 존재할 수 없다. 줄리엣은 발전기를 관리한다. 지하창고에 빛을 가져다주는 일이다. 하층부에서 혁명의 불꽃을 지피게 되는 줄리엣에 어울리는 직업이다.

뷰+포인트
미국 작가 휴 하웨이의 소설 ‘사일로’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폐쇄된 공간에서 엄격한 통제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체제에 의문을 품는다는 내용이 딱히 새롭진 않다. 지하창고라는 낯선 세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라 흥미롭다. 층마다 거주민의 계급이 다르다는 설정은 영화 ‘설국열차’의 객실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설국열차’보다 파격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지하창고의 비밀을 사람들의 사연을 통해 하나씩 드러내는 연출에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노르웨이 감독 모르텐 틸덤 등 5명이 연출했다. 10부작으로 23일까지 9부가 공개됐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87%, 관객 88%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