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50억 클럽' 박영수 구속영장 검토... "사안 진상 드러나"

입력
2023.06.2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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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사업 당시 우리은행에 영향력 의심
우리은행 관계자 다수 조사 관여 여부 확인
박영수 혐의 부인 "알선 대가 요구 안 해"

검찰이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에 연루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사안의 진상이 드러났다"며 사전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을 내비쳤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2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수재 혐의를 받고 있는 박 전 특검을 소환 조사했다. 2021년 11월과 2022년 1월에 이은 세 번째 검찰 조사다.

검찰은 이날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이던 2014~15년 화천대유 등이 속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우리은행이 참여토록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추궁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대장동 일당의 청탁을 받고 대장동 사업 공모 과정에 관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다수 확보했다. 최근 조사를 받은 이순우 전 우리은행장 역시 "2014년 박영수 의장 요청으로 컨소시엄 참여 가능성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은행은 당시 내부 반대로 컨소시엄에 참여하지 않았다.

검찰은 우리은행이 컨소시엄 참여 대신 1,500억 원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약속하는 여신의향서를 써주는 과정에 박 전 특검이 개입했는지 여부도 조사했다. 검찰은 우리은행 PF 실무 담당자 A씨로부터 확보한 "김종원 전 부행장이 책임질 테니 여신의향서를 발급하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에 주목하고 있다.

A씨는 2014년 10월 서울의 한 중식당에서 정영학 회계사와 정민용 변호사, 박 전 특검의 측근 양재식 변호사 등과 처음 만나 대장동 사업 관련 논의에 수 차례 참여했다. 대장동 일당은 우리은행과의 연결고리로 양 변호사를 지목했으며, 양 변호사가 2014년 11월 "우리에게 무얼 해줄 것이냐"고 대가를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대장동 일당은 양 변호사 측 요구에 대장동 부동산 등 200억 원 상당을 주기로 약속했고, 이후 우리은행 컨소시엄 참여가 무산되면서 약속한 대가도 20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줄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양 변호사는 이달 12일과 20일 박 전 특검과 공범 신분으로 조사받았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을 상대로 대장동 일당이 약속한 돈 가운데 실제 받은 자금이 있는지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화천대유에서 박 전 특검 측에 돈이 나간 경위도 전반적으로 살펴왔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2015년 7월부터 특검 활동 직전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받은 2억여 원, 화천대유에서 일한 박 전 특검의 딸이 대여금 명목으로 받은 11억 원을 약정금 중 일부로 의심하고 있다. 박 전 특검 딸은 미분양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아 8억 원 차익을 봤다는 의혹도 받는다.

검찰은 대장동 일당이 우선협상사업자로 선정된 뒤 2015년 4월 3일 박 전 특검 계좌에서 김만배씨 계좌로 입금된 5억 원의 성격도 확인 중이다. 이 돈은 화천대유의 사업협약체결 보증금으로 쓰였는데, 박 전 특검 측은 계좌만 빌려줬다는 입장이다.

박 전 특검 측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여신의향서 등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한 적도, 대가를 요구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대장동 민간업자와 우리은행 관계자 다수 조사와 압수수색을 통해 사안의 진상이 어느 정도 드러나 (박 전 특검을) 소환조사했다"며 "금일 조사 결과를 검토한 뒤 신병 확보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특검은 지난해 11월 '가짜 수산업자'에게 포르쉐 렌터카 등을 받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손현성 기자
강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