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포유류 2000마리 해부한 일본 과학자…"사체가 바다의 상태 알려줘요"

입력
2023.06.2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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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를 비롯한 해양 포유류 2,000여 마리. 일본 국립과학박물관의 연구자 다지마 유코(52)가 20년 넘게 해부한 동물들의 숫자다. 그의 작업은 해양 포유류의 ‘좌초’ 현상의 분석. 그들의 죽음을 막으려고 고래 부검과 박물관 표본화 작업도 진행해왔다. 주변에서 “사체를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다. 동물들을 그렇게까지 많이 해부하면서 무슨 이득을 얻을까?

다지마는 저서 ‘저 바다에 고래가 있어’에서 연구 일화를 중심으로 그 이유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해부는 고래처럼 거대한 해양 포유류가 알 수 없는 이유로 해안에 쓸려왔을 때, 그 사인을 밝히는 작업이기도 하다. 우선 좌초한 개체를 발견하면 외관부터 관찰하는데, 어망에 걸려서 폐사하지는 않았는지, 배에 부딪힌 자국은 없는지부터 살핀다. 천적이나 감염병의 흔적이 있는지까지 확인하고서야 수술이나 다름 없는 장기 조사에 들어간다. 수염고래나 큰부리고래처럼 10m가 넘는 고래는 5, 6명이 매달려서 갈고리와 칼로 피부를 벗겨낸다. 중장비까지 동원하는 경우도 있다.





고래들 체내에 환경오염물질들이 축적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건 그런 작업의 결과물이다. 지난 2018년 일본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 해안에 대왕고래 새끼가 좌초했을 때 위에서 지름 7㎝ 크기의 비닐 조각이 발견된 것이다. 직접적인 사인과 관련은 없지만 ‘젖먹이 고래’의 위에서 인공적 이물질이 발견되면서 일본 사회는 충격을 받았다. 다지마가 “만약 새끼 고래의 사체가 대형 쓰레기로 소각됐다면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알아내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해양 포유류의 사체는 해당 개체의 생태는 물론이고 나아가 바다의 현재 상태도 우리에게 알려준다”고 강조한 이유다.



김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