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째 표류하던 제주 하수처리장 증설사업 속도 낸다

입력
2023.06.21 13:31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 공사 재개 공공하수처리시설 현대화사업도 착공



입찰 조건과 주민 갈등 등으로 수년째 표류하던 제주 하수처리시설 증설사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제주지역 하수처리용량은 사실상 한계에 달해 하수처리시설 증설사업은 조속히 추진해야 할 최대 현안 사업이지만, 그동안 곳곳에서 암초에 부딪히는 등 난항을 겪어 왔다.

21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 동부하수처리장을 둘러싼 제주도와 월정리마을회의 갈등이 5년 8개월 만에 일단락되며 증설 공사가 정상 추진된다. 앞서 제주도는 2017년 9월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을 시작했지만, 지역 주민의 반발로 3개월 만에 공사를 중단했다. 이어 2022년 12월 제주도가 공사 재개를 결정하자, 지역주민들이 처리수 방류로 인한 해양 환경오염 우려가 크다고 공사 중단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제주도와 월정리마을회가 해양오염 방지대책 마련 등을 조건으로 공사 재개에 합의했다. 이에 도는 2025년 2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조속히 재개할 예정이다. 동부하수처리장 증설사업은 동부지역(제주시 조천읍, 구좌읍) 1일 하수처리용량을 1만2,000톤에서 2만4,000톤으로 현재의 2배로 늘리는 사업이다. 지난해 동부하수처리장 1일 평균 하수량은 1만1,722톤으로, 시설용량의 98%를 차지할 정도로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이다.

입찰 문제로 2년 가까이 표류했던 3,900억 원 규모의 제주공공하수처리시설 현대화사업도 우여곡절 끝에 지난 15일 첫 삽을 떴다. 도는 2021년 8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해당 사업에 대한 입찰 공고를 냈지만 응찰한 업체는 한 곳도 없었다. 당시 건설업계는 해당 공사의 사업비 증액과 공사 기간 연장 없이는 입찰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도는 발주 대행을 맡은 한국환경공단과 협의해 새로운 입찰조건으로 지난해 10월 재입찰을 실시, 사업자를 선정했다. 이 사업은 현재 1일 13만 톤의 하수처리 능력을 22만 톤으로 증설하는 사업으로, 2028년 1월 준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1일 22만㎥(톤) 규모의 하수처리시설과 하루 150톤의 하수찌꺼기 건조시설, 하루 400톤의 분뇨처리시설 등의 처리시설들은 모두 지하화하고, 지상부에는 주민과 관광객이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 생태공원과 제주바다 및 주변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시설이 조성된다.

도 관계자는 “도내 전체 하수처리장 8곳의 처리율은 1일 처리용량 25만8,000톤의 90%를 넘어서는 등 사실상 한계에 이른 상황”이라며 “하수처리 증설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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