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당시 부실 대응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서울 용산구청 전 간부 직원이 정년을 앞두고 '공로연수'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구의회 의원들은 다음 달 기후위기 대응을 목적으로 국외 출장까지 예고해 박희영 용산구청장 업무복귀로 어수선한 구정에 혼선을 더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1일 서울 용산구 등에 따르면, 지난 1월 20일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문인환 전 용산구 안전건설교통국장이 공로연수 중이다. 문 전 국장은 참사 당시 사전 안전관리계획 미수립과 부실 대응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지만, 1월 1일부터 공로연수에 들어갔다. 공로연수는 정년 1년 전부터 출근하지 않고 급여를 받으며 퇴직 준비를 할 수 있는 제도다.
박 구청장과 함께 보석으로 풀려난 최원준 전 안전재난과장은 세무2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용산구는 "최근 두 사람에 대한 징계를 서울시에 요청했다"며 "간부 직원은 공로연수에 들어간 뒤 기소돼 정부 지침상 별도 조치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어수선한 구청을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용산구의원들은 국외출장을 계획 중이라 입길에 올랐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4명, 국민의힘 소속 2명 등 6명의 용산구의원은 다음 달 18일부터 22일까지 총 1,100여만 원을 들여 몽골 출장을 떠난다. 이태준 기념공원과 몽골 임농업교육센터·울란바토르 시청 방문, 몽골 전 환경부 장관과 현지 대학이 주최하는 환경 강연·포럼 참석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하지만 현 용산구 상황에서 지금 국외 출장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나온다. 용산구의회 관계자는 "환경 부문에 관심이 많은 의원들이 자체 추진한 것"이라며 "일체 직원 의전 없이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용산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는 다음 달 박 구청장에 대한 재신임을 묻겠다며 주민소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원영 용산시민연대 대표는 "현재 용산구 행정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주민 의사를 모아 소환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다.